며칠전 엄마가 활동하는 음성문인협회에서 초대장이 날아왔다.
음성문인협회중 시를 쓰시는분들의 시에
작곡가분들이 곡을 붙이고 성악가분들이 노래하는
제 12회 창작 가곡제 초대장이었다.
이제 바쁜 일철도 끝났고, 문화 생활에도 굶주려 있던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청주로 향하기로 결정^^
창작가곡제가 있던 29일,
실제 가곡제가 시작하는 것은 오후 7시 30분이지만
만남이 이루어진 것은 조금 이른 시간이인 5시.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막간의 시간을 이용하여 수름재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매뉴는 돼지고기 훈제 정식!
아, 정말 어르신들만 안계셨으면 사진으로 찍고 싶었는데
조금 실례인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참았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발걸음을 재게 놀려 도착한 청주 문예회관.
공연이 열리기로한 소극장으로 내려가자
많은 성악가 분들과 그분들의 친인척 분들로 복도는 제법 북적였다.
어디로 들어가야하는 건지 살짝 돌아보고 있는데
함께온 문인협회분중 한명이 엄마에게 급작스럽게 시 낭송을 부탁했다.
알고보니 시의 작가분이 바쁜 사정으로 불참하게된 것.
게다가 엄마가 대타로 서야 하는 것은 제일 처음!
그래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왔던 엄마는 허둥지둥 낭송 준비를 해야했다.
최근 시력이 점점 나빠져 안경 없이는 작은 글자를 읽을 수 없어
시를 급하게 손으로 옮겨 적고는 몇차례를 읽었다.
자리에 앉아서도 계속 종이를 펄럭이며 시를 읽는 동안
조명이 꺼지며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엄마의 필명이 호명되었다.
[이수안님 나와주세요]
대행스럽게 엄마의 낭독은 조금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작곡가 분을 무대위로 불러줘야 하는데 조명이 꺼지기도 하고~)
잘 마무리하고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예행연습이라도 한듯 잘 진행되었다.
우아한 드래스를 입은 피아니스트와 성악가 분들의 노래는 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인상이 깊었던 것은 반숙자선생님의 낭송.
다른 분들은 모두 프린트물을 가지고 나와 낭송했지만,
선생님은 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오셔서
절절하고 감정이 풍부한 목소리로 시를 암송하셨다^^
가곡제가 끝난 뒤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찰칵!
이 뒤로는 제법 풍성한 만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저녁을 충분히 먹었으면서도
내 배에는 구멍이 뚫린건지,
닭봉, 훈제오리, 마스캇베리에이, 수박, 떡, 카스테라, 콜라.... 등등
계속 입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같이 오신분은 농담삼아
[하하 누가 이분 저녁 못드시게 했나?]라고 했다.
물론, 그런 말엔 굴하지 않고 계속 먹으러 했지만,
서울이나 먼 곳에서 온 성악가 분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바람에 아쉽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충주에서 음성까지는 약 한시간 반이나 걸리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사이 음성 읍사무소 앞이었다.
공기가 상당히 차가웠기 때문에 우리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고
도착하자 마자 이불로 뛰어들었다.
소극장에는 난방이 안되어 있었기 때문에 살짝 감기 기운도 있는 것 같았다.
춥고 피곤하고..
하지만 그런 고생이 아깝지 않은 하루였다.
(절대 맛있는걸 얻어먹어서 이러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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