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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리뷰

정신의 계승을 말하다 - 라스트 사무라이 : 武士道



감독 : 에드워드 즈윅.
개봉 : 2003
장르 : 액션, 전쟁, 서사
런타임 : 153분

'가을의 전설'(1994)로 유명한 에드워드 즈윅의 영화.
이 영화를 처음 본것은 2003년.
그리고 얼마전 TV에서 방영한 것을 본것이 두번째이다.

사실 처음엔 에드워드 즈윅이 가을의 전설 감독인줄 모르고 영화를 봤었는데
보는 동안 내도록 가을의 전설이 머릿속에서 아른 거렸다.
나중에 두 영화가 같은 감독이 제작한 것을 알곤 혼자서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제목이 말해주듯,
 이 영화는 '라스트 모히칸' 모티므로 제작된 영화이다.
라스트 모히칸은 동명 소설을 토대로 영화한 것으로,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정책으로 인디언들과 전쟁을 벌이는 중
최후의 모히칸 세명의 모험과 사랑 그리고 최후를 그리고있으며
영화의 주인공은 인디언들의 손에 길러진 영국인었다.

라스트 사무라이의 주인공 역시 서양인 알그렌이다.
라스트 모히칸을 염두에 둔것일까,
그는 상부의 명령으로 힘없는 인디언 여자와 아이들을 학살했고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어 제목이 라스트 모히칸에 대한 오마주라면
한문 제목인 武士道(무사도)는 영화의 주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일본.
즉, 여기서 말하는 무사도는 사무라이의 정신을 뜻한다.
영화 속에서 카츠모토는 무사도의 화신으로 그려진다.
공정하고 바르며 청렴하고 충의로 간언할 줄 알며
왕의 명령이라면 스스로 목숨 까지도 끊을수 있는 그런 사무라이 말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현실속에서 괴로워 하던 알그렌은
전투 도중 카츠모토에게 포로로 잡히고,
점차 사무라이의 정신에 대하여 배워나가며 그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되며
결국 그와 함께 탐욕스러운 관리 오무라에게 맞서 싸운다.
영화의 상당부분이 카츠모토가 다스리는 마을에서 진행되는데,
비록 일본이 아닌 네델란드에서 만들어진 세트이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이 가공의 일본의 시골 마을은 아름답고 평화롭다.
아마 서양인의 이미지 속에 담겨있는 일본 시골 동네의 가장 완벽한 이미지가 아닐까 한다.

훌륭한 지도자와 근면 성실한 어른들, 순수한 아이들...정말 이런 마을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천왕을 뒤흔들며 권세를 누리던 오무라는
사무라이들에게 명망 높은 카츠모토를 죽여 일본의 무사도를 꺾으려 한다.
그는 물질 문명과 무력의 힘을 빌어 
최후엔 카츠모토와 그의 가신들을 전멸 시키지만
결국 최후까지 무사도를 죽이는 것은 성공하지 못한다.

카츠모토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알그랜에게 할복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
그때 머뭇거리는 알그렌의 등을 떠미는 그의 대사가 백미다.

[자넨 명예를 찾았으니 내 명예를 지켜주게]

영화 초반에 그는 완벽한 벗꽃송이는 무척 드물다며
평생을 헤매어 한 송이만 찾아도 축복이란 말을 했었다.
알그렌의 도음을 받아 죽음을 맞이하는 카츠모토는
벗꽃 나무의 환영을 보게 되는데
그 꽃송이 하나하나가 모두 완벽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가 사무라이로서 완벽한 최후를 맞이 했음을 말한다.
그 최후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총검을 내려놓고 그 위대한 죽음에 무릎을 꿇어 경의를 표한다.
그들 모두가 카츠모토를, 사무라이의 정신을 계승하게 된 것이다.

이 장면에서 나는 배우 와타나베 켄에게 정말 감탄했다.
만약 어설픈 배우가 그 장면에 그런 대사를 했다면
감동스럽기는커녕 그냥 오글거리기만 했을 것이다.
어쩌면 [와 정말 마초스럽다]라는 감탄을 날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품위 있으면서도 위엄있는 카츠모토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알그렌은 카츠모토가 할복하는 것을 도움으로써 진정한 사무라이의 정신을 깨닳았다고 본다.
그 전까지 그는 전사라고는 할수 있었지만 사무라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엔 야만적이고 잔인하다고 생각하던 할복이란 문화와 무사도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게 된것이다.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그가 천황 앞에 나가 카츠모토의 검을 바치며
[할복하라 명하신다면 그리 하겠습니다]같은 대사를 읊는 것이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실제 일본의 역사속의 사무라이는 카츠모토저럼 이상적이지만은 않았다.
사무라이의 칼은 '사람을 벨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것은 키리스테고멘)이라 하는데
사무라이는 무례한 짓을 한 평민을 베어 죽여도 벌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알그렌을 생포하여 돌아오는 카츠모토 일행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는 백성들의 이면에는
존경만이 아니라 그러한 공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극중 카츠모토가 아무나 베는 사람은 아니었겠지만)
그래서 폐도령은 오히려 민생안전을 위한 방편에 더 가깝다 할수 있다.
또한 탐욕스러운 관리로 그려진 오무라의 모델로는 오쿠보 도시미츠라는 설이 있는데
그는 매우 청렴 결백하고 민생구율에 힘써 아직까지도 존경받는 인물이다.



물론, 감독은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나 픽션임을 밝혔다.
그는 유신삼걸중 한명인 사이고 다카모리전을 감명깊게 읽었고
그 감동을 영화로 옮기고자 한것 뿐이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그 사실만 잘 기억한다면
보고 즐기기에 충분히 멋진 작품이다.


덧,

얼마전 해리포터 씨리즈를 정주행 했었는데 거기서 윔테일로 나왔던 티모시 스펄이
여기서도 얍삽한 역으로 나오는걸 보고 빵 터졌다.
그래도 라스트 사무라이에선 윔테일보단 좀 폼나는 역이었음ㅠㅂ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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