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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리뷰

멋진 징조들 Good Omens - 천국 가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묵시록


멋진 징조들
국내도서>소설
저자 : 닐 게이먼(Neil Gaiman),테리 프래쳇 / 이수현역
출판 : GRYPHONBOOKS(그리폰북스) 200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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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지른건 대학교 다닐무렵인 2004년 8월 11일.
아마 학교로 내려가던중이 아니었나 싶다(아니면 집에 올라오던 중이었거나).
작가 테리 프레쳇과 닐 게이먼이라든가
 대략적인 줄거리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책의 제목과 뒷 표지에 쓰인
[천국 가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묵시록]을 보고 심각한 고민 없이 집어든 책이다.


[천국 가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묵시록]

11년 후 세상은 멸망하고 천녀왕국이 열린다. 이제 하늘나라에 올라가면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볼 수 없다. 모차르트도 없다, 초밥도 없다! 그러니 하느님 아버지께는 영원히 저 위에 계시라 하고 우리는 그냥 여기서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하노라, 아멘.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은 양과 사자가 함께 뛰놀지는 몰라도
TV나 페스트 푸드점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발할라'라면 다를 것이다. 그곳은 산해 진미로 가득한 곳이니.
하지만 매일 같이 죽을때까지 싸우고 다시 되살아나 또 싸우기를 영원토록 반복하는 곳이다.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점만 제하면 낙원이라기보단 거의 지옥같은 곳이다.

여하튼, 포인트는 바로 '영원히'에 있다.

그곳이 어떤 곳이건 간에, 아무리 멋지다고해도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것이며,
설혹 만족한다 해도  '영원히'는 모든 것을 바꿔놓기 충분한 시간이다.
이런 발찍한 생각을 과연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하는 의문에 넘기기 시작한 책장은
천천히 가속도가 붙어, 저녁 무렵엔 역자 후기가 있는 600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 뒤로 나는 이 책을 두번 더 읽었는데, 
한번은 2006년, 오멘 리메이크 작을 본 뒤였다.
그래서 이 책이 오멘의 상당 부분을 페러디 했다는걸 확실히 알수 있었다.
마왕, 왕을 몰락시킬 자, 무저갱의 천사, 용이라 불리는 거대한 짐승, 이 세상의 왕자,
거짓의 아버지, 사탄의 자식이자 암흑의 군주라고 불릴 금발의 사내 아이는
오멘에서 데미안이 그러했듯 고위 공직자의 아들과 바꿔치기 될 예정이었지만
약간 가부장 적이면서 둔한, 즉 평범한 남편이며 보통 사람인 "영"씨의 아이과 바꿔치기 되고 만다.
그렇게 시작부터 꼬인 이 멸망의 '징조'와
영원한 지옥이 이어지는 것을 피하고 싶은 악마와
영원이 계속될 천상의 평안이 찜찜한 천사의 아마겟돈 막기가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다.

제목부터가 [나 패러디요] 라고 말하는 이 책은
오멘 말고도 여러가지 다양한 문화 아이콘과 유명인들과 명작들에 대한 유머가 숨어 있다.
크로울리가 타고 다니는 벤틀리는 그것이 어떤 테이프던간에
차에 집어넣은지 2주만 지나면 전부 퀸의 노래로 변해버리는데,
때때로 그것은 프레드 머큐리의 목소리를 한 지옥의 전언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노래 가사는 우스꽝스럽게 변해 튀어나오곤 한다.

책의 종장인 II는 1984년의 일부를 아주 살짝만 바꾼 것이다.
내가 이 책을 3번째로 읽은 것은 바로 며칠전으로
이전엔 모르던 퀸이라든가 1984년, 그리고 닐게이먼의 작품들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두번째로 읽었을때 보다 더 재미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작년에 1Q84 1권을 질렀었는데, 아무래도 하루키는 내 취향이 아니라
앞에 몇 페이지만 뒤적거리다 그대로 책꽂이 꼽아버렸다.
하지만 1984는 아마도 좀더 취향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작가의 패러디 본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래는 두 작가들의 약력이다.



이것을 읽고 재미 있다고 느낀 것인지 역자도 따라했다.


하지만 이런 패러디들을 제하고라도 이책은 재미 있는 요소들이 많다.
지옥으로 추락한 것이 아닌 어슬렁거리며 걸어 내려간 정도의 타락 천사 크롤리
천사라기엔 세속의 때가 묻은 그리고, 때때로 게이로오해를 받는 아지라파엘 콤비,
마왕, 왕을 몰락시킬 자, 무저갱의 천사, 용잉라 불리는 거대한 짐승, 이 세상의 왕자,
거짓의 아버지, 사탄의 자식이자 암흑의 군주라고 불려야 했으나
평범한 가정집에서 자라 그냥 보통의(라고말하기엔 심각한) 악동으로 자란 아담과 놈들...
그리고 모든 주인공들이 벌이는 엉뚱한 사건들이야 말로 이 소설의 백미이다.

작가들은 이 이야기를 거의 장난삼아 적었기 때문에
이렇게 성공리에 팔릴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야기지는 제법 철학적인 냄새도 풍긴다.
방법이야 어떻던 간에,
사람들에게 영원과 종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책은 한때 절판이 되기도 했는데,
덕분에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중고 시장에 나오곤 했다.
하지만 닐 게이먼의 인기 상승 덕뿐인지
시공사에서 재판을 찍어 이젠 적절한 가격에 언제든지 구입 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번역과 주석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편이다.
어차피 원서를 읽는 것은 불가능 하기 때문에 오역이 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 하지만
읽는 동안 거슬리는 문장이나 의미가 불분명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
한가지 매우 거슬리는 점것이 있는데
야훼를 칭할때 [하나님]이라고 번역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영국으로,
영국은 성공회가 국교이지 개신교가 국교가 아니다.
내가 알기론 성공회는 하나님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아니, 만에 하나라도 하나님이라고 한다고 해도
엄연히 [하느님]이 표준어인데 왜 비표준어인 [하나님]을 써야만 했던걸까?
그점이 너무 신경에 거슬려서 하나님이란 단어가 나올때 마다 책의 재미가 반감이 될 정도였다.

덧,
표지를 꾸민 문구는 다른 사람이 쓴것이 분명할 것이다.
표지엔 재대로 '하느님'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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