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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아침




손잡이를 돌린다. 묵직한 철문은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슬며시 밀려 나갔다. 순식간에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온다. 작게 몸을 떤다. 하지만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 중인 태양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따스한 빛을 열심히 뿌리고 있었다. 그 포근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살짝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뒤뜰, 작은 회양목이 심긴 짤막한 소로로 걸음을 내딛는다. 순간 머리 위에서 푸드덕 새가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흠칫해 오려다 보자 겁을 잔뜩 집어 먹은 듯한 모양새로 잿빛 비둘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구구구구 하고 우는 모양이 필사적으로 보인다.

뒤뜰, 그리고 너른 과수원은 좀처럼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 탓에 산비둘기 쉼터가 된 지 오래였다. 아침으로 풀씨를 쪼아 먹던 비둘기들이 인기척을 느끼고 여기저기서 날아오른다. 조용하던 아침은 푸드덕 거리는 날갯소리와 구구구 하는 울음으로 차오른다.

딱히 해칠 생각은 없는데 말이지. 조금 씁쓸한 생각에 어깨를 으쓱여 보지만, 야생 동물에게 사람을 경계하지 말라는 것이 억지이다. 들고 있던 음식물 쓰레기를 밭 구석에 버리며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오스스, 몸이 떨린다. 할 일을 마친 나는 집 안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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