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깊은 숲속에 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나뭇잎으로 지은 옷을 입고 맨발로 숲을 뛰놀았답니다. 소녀에겐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그 아버지에게 많이, 아주 많이 사랑받고 있었답니다. 그러한 날들은 영원히 계속 될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보름달이 뜬 깊은 밤에 집을 빠져 나와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을 만났습니다. 그는 천공의 문을 지나 숲으로 오고 싶어 했지만, 발을 디딜 곳이 없어 감히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답니다. 소녀가 말했습니다.
[내가 디딤돌이 되어줄게요.]
그리하여 신은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었답니다. 소녀의 친절이 고마웠던 그는 소녀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소녀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지요.
[이 숲에서 영원히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당신이 언제든지 하늘에서 내려 올 수 있게.]
하여 소녀는 영원토록 살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 깊고 깊은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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