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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사생문

어쩌다보니, 유러피언프리코치즈버거

사실, 새우버거를 먹을 것이라고 예고를 하기는 했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손에 들어온 것이 이름도 요란 뻑저지근한 유러피언프리코치즈버거. 자그마치 11글자나 된다. 사운드 호라이즌의 11문자의 전언도 아니고!! 어제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를 예상 못하고 이불을 얇은 것 하나만 덥고 잤더니 도로 감기에 걸려버려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해더니, 생전 먹어볼 생각도 안했던 이 비싸신 햄버거를 가져 오셨다. 여튼, 받은 것이니 감사히 먹겠습니다!



  포장지는 럭셔리한 광택이 도는 치즈 빛.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치즈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 영어와 한글로 유러피언프리코치즈버거라고 쓰여있다. 그 밑에는 작은 글씨로 한줄이 더 적혀 있다.

[화재발생 위험이 있으니 전자렌지에는 절대 넣지 마십시오]

…역시, 은박인건가!



  포장을 벗기자 둥근 종이 띠로 둘러싸인 햄버거가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는 둘째손가락 하나정도 높이에 둘레는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었을 때와 같다. 띠를 빼내자 달짝지근한 냄새를 풍기는 델리소스가 조금 묻어나온다. 찍어서 먹어보자 후추, 마늘의 향이 느껴지고 짭짜름한 맛과 달달한 맛이 섞여서 난다.



  햄버거를 들어 올려 측면을 살피니 속에 들어 있는 내용물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일 위에는 빵. 다음은 살구 색 소스, 양상추, 파프리카, 토마토, 소고기로 추정되는 스테이크, 고동색의 소스, 밀가루를 입혀서 튀겨낸 두터운 치즈가 보인다. 치즈를 살짝 들어 올려 보자 그 밑에 커팅 된 올리브 세 조각이 옹기종이 깔려있었다.



  다음은 시식.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밤의 불찰로 인하여 감기에 걸려버려 맛과 향을 정확하게 느낄 수 없다. 슬프다. 절대 내 돈 내고는 사먹을 일 없는 이 비싼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맛을 음미 할 수 없다니! 그래도 배가 고프니까 먹어야지. 음음. 치즈 특유의 부드럽고 풍부한 맛과 달콤한 토마토의 육질이 입안에서 부서지고, 파프리카와 양상추가 입 안에서 아삭거리는 동시에 올리브의 독특한 향이 튀어 오른다.



  그래도 우리 엄마라면 이것을 충분히 한마디로 압축 하는 것이 가능 할 것이다.



  “느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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