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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물고기의 노래

옛날에 한 외로운 사람이 있었다




옛날에
한 외로운 사람이 있었다.
너무나 외로워 산을 향해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산은 그가 말을 건네면 대답을 돌려주었지만,
결코 먼저 입을 여는 법은 없었다.
때로 그가 너무 지쳐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 때면
산은 대답조차 하지 않곤 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산을 향해
한 번 더,
더 크게 말을 걸었다.
그러면 언젠간 결국 대답은 돌아왔다.

 

어느 날,
산은 더 이상 대답을 돌려주지 않게 되었다.
한번,
한 번 더,
더 크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가 말을 걸었지만
산은 더 이상 어떤 대답도 돌려주지 않았다.



옛날에
한 외로운 사람이 있었다.
너무나 외로워 산을 향해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산이 그에게 어떤 대답도 돌려주지 않자
그는 산을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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