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작은 극장에
한 인형사가 살고 있었지.
그는 사랑에 빠져 있었다네.
연인은 작고 아름다운
춤추는 무희의 인형.
그녀를 위한 축제는 매일 밤 끝날 줄 모르네.
안녕, 나의 아가씨. 붉은 드레스로 온몸을 감싸고
오늘도 무대에 오르는구려.
마치 어둠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처럼
춤을 추렴. 관객은 둥글게 선 목각 인형들.
인형사의 손가락은 아름답게 흔들린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일렁이며
매끄러운 팔과 다리는
바람에 튀어 오르는 불티처럼 화려히.
붉은 빛 치마가 활짝 피었다간 지면
그림자는 환호하듯 흔들리네.
다가온 여명은 마법의 끝을 고하지.
안녕, 나의 아가씨. 인사와 함께 건넨 키스의 답변은
차가운 나뭇결의 감촉.
허나 인형사의 사랑은 결코 변치 않네.
한 번 더 달콤한 인사를 남기고
그는 촛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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