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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물고기의 노래





꿈을 꿨다.
검고 텅 빈 무한 속에
내던져진 작은 조약돌만한 은하
귀퉁이의 좁쌀만한 별
주위를 맴도는 바늘끝만한 행성의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집의

밝아오는 아침
갈색 향 흘리는 토스트 위로 메끄러지는 버터나이프
와삭, 소리가 굴러 떨어진다.
가벼운 포옹과, 야옹 나른히 내뱉은 울음소리 너머 멀어지는 발걸음.

훔쳐다본 창밖
앙상히 말라 오스사니 떠는 나뭇가지 끝자락의 잎새는 기필코 떨어진다.
우아하게 뒤틀려 묘비 위를 흩날리는 그 뒤를 쫓아 달리다
새를 발견 했지.

단숨에 덮쳐 발톱으로 숨통을 조른다.
뭍 위로 끌어올려진 물고기의 퍼덕임을 본적 있니.
말갛던 눈망울은 충혈 된 아가미 빛을 띠었지.
그 순간, 손끝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렸다.
하나하나 정성들여 깃털을 뽑았지.
난잡히 흐트러지고 그 사이로 볼품없어진 몸뚱이가 길게 늘어졌다.

하지만-안 돼, 이런 걸 먹으면 병들어 버릴지도 몰라-노획물은 쓰레기 통속으로 던져질 수밖에 없어.

알겠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것에도 의미가 있다한들
너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을 테지.
그건 꿈이었으니.
날름거리던 숨결의 흔적이 손끝에 남겨졌지만
이젠 내 눈에도 보이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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