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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음성을 다녀 와서


지난주 휴일은 마침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동생과 같이 음성에 가기로 했다.
12시쯤 일이 끝나자마자 차를 탔는데도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역시 고속 도로가 아닌 국도는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늦을테니 먼저 자라고 엄마가 연락을 했는 데도
이모는 아직 주무시지 않고 있었다.
조금 죄송하기는 했지만누군가가 반겨 준다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이다.

샤워를 할 기력은 없어 세수만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떴을 때는 10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내가 정말 피곤해 보였는지 아침 먹으라고 깨우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깊이 자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 흔들거나 불렀으면 도중에 깼을 테니까.

세수를 한 뒤 잠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얼마전 함박산 아랫 자락에서 뜯어간 미나리가
미나리꽝에서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베어온지 얼마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은 벌써 터를 잡았는지
파르라게 자라나는 잎을 뽐내고 있었다.



이모가 부지런히 상추며 콩 같은 것을 심어 놓은 텃밭에
배추흰나비 한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 적응을 못한 것인지
풀잎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날아갔다.



조팝나무에 노랑색 새싹이 돋아 나고 있었다.



음성은 평택보다 좀더 내륙쪽이라 제법 쌀쌀하다.
개나리는 활짝 피어 있었지만
목련과 벗꽃은 아직 봉오리를 단단히 여미고 있었다.



과수원 쪽에서 깔깔 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려와 발걸음을 돌렸다.
멀찍이서 바라보자 완전 무장(?)을 한 엄마와 동생이 보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도둑이나 강도 등 수상한 사람으로 생각 할지도..;
하지만 이렇게 뒤집어 쓰고 일하면 피부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좀 일을 돕고 싶었는데,
햇볕 피한다고 모자를 찾는 동안 점심 시간이 되어 버렸다.
점심에는 이모가 직접 만든 손두부와
적당하게 간을 한 간 고등어,
집에서 담근 된장으로 만든 된장 찌게와
콩자반, 싱싱한 상추, 깻잎 등의 밑반찬들이 나왔다.

부지런한 우리 이모님은 시루에 콩나물도 키우고 계셨다.



아직 몇일 되지 않아 초록빛을 띄는 콩들이
튼튼해 보이는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몇일만 더 있다 왔으면 직접 기른 싱싱한 콩나물 맛을 볼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저녁 무렵, 이모는 자취 중인 동생을 위해
오뎅감자 볶음을 만들어 주셨다.



은근하면서 달큰한 감칠맛은 배가 불러도 자꾸 손이 가게 만든다.
만드는 법이 간단해서 집에서도도 종종 먹던던 반찬인데,
엄마가 만들때는 절대로 이런 맛이 나지 않았다.
거기에는 한가지 작은 비법이 숨어 있었다.



바로 이것, 다시마 국물!
멸치를 넣어 같이 우려도 좋다.
이모는 언제나 이런 냄비 한가득 다싯물을 내어서
된장찌개면 자잘한 반찬등에 사용하곤 한다.
이런 별것 아닌 것 같은 한가지에 음식의 맛은 천지차이.



두부를 만들기 위해 믹서에 갈아둔 콩.
이모가 만든 두부는 풀무* 두부 처럼 야들야들하지는 않지만
집에서 만든 두부만의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동생이 다음날 출근을 위해 서울로 올라간 간 다음,
엄마와 이모는 저녁을 먹고 TV를 보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난 거실에 앉아 책을 보기로 했다.
음성의 집은 벽이 얇아 좀 추운 편이다.
그래서 엄마가 이런 난로를 하나 마련뒀는데
보기는 이래도 상당히 따뜻하다.



연료는 목공소에서 얻어온 나무 판대기.



나무를 한가득 집어넣어도 재로 변하면 양은 아주 작아진다.
그래서 청소를 자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좋다고.



나무 조각 들과 신문지, 골판지 등을 넣고 점화~
처음에는 연기가 좀 나서 눈이 맵다.
춥지만 환기를 위해 현관문을 잠시 열어줘야 한다.



이모는 내가 데일까봐 처음에는 손도 못대게 하셨다.
안전 장치나 그런게 하나도 없이 그냥 쇠로만 만들어진 난로라 상당히 뜨겁다.
하지만 이래뵈도 어릴적에 불장난 상당히 한 경력이 있는 나!
불이 제법 붙은 다음에는 장작을 잔뜩 집어 넣어줬다.



난로 밑에는 이렇게 공기구멍이 있어서
뚜껑을 닫은 다음에는 이것으로 화력을 조절한다.









난방으로 방을 따뜻하게 하는 것과
장작 난로를 이용해 방을 데우는 것은
여러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난로는 공기를 직접 데우기 때문에 좀더 포근한 느낌이들고
우선 분위기가 난다랄까~
이제 날이 훈훈해 지면 난로 뗄 일이 없기 때문에 이 순간을 마음 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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