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1) 썸네일형 리스트형 1 시리고 청명한 바람이 불어온다. 짙은 고동색 나뭇가지가 바람을 따라 흔들리며 꽃잎을 흩뿌렸다. 하양, 연분홍빛 꽃잎들 사이로 벌들이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웅웅거리며 떨리는 수천의 날갯짓은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취해 버릴 것만 같았다. 그 소리에는 어딘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힘이 어려 있다. 그는 언제나처럼 2층 미술실의 창가에 나른히 앉아 교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식물을 좋아하는 이사장의 취향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교정은 여러 종의 나무와 화초들이 정성껏 가꾸어져 있었다. 벚꽃만이 아니다. 복숭아꽃과 살구꽃, 이화, 매화…. 대부분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맺는 나무라는 것이 이사장답다면 이사장답다랄까. 운치를 즐길 줄 아는 학생들이 그 아래 앉아 도시락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몇몇..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