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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잠드는 방법 차다. 차갑다. 겨우 잠들었나 했는데. 갑작스러운 불쾌한 습기에 소녀는 눈을 뜬다. 베갯맡이 축축하다. 처음엔 평소 습관처럼 침을 흘린 걸까 하는 생각이 짤막하게 머릿속을 스쳤으나, 젖은 부위가 지나치게 컸다. 생각이 깊어지는 동안 서서히 의식이 각성상태에 접어든다. 동시에 툭, 툭, 툭 하고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기 어린 울림이 귀에 들어온다. 소리의 근원은 바로 머리 위. 그제야 베게 끄트머리로 무엇인가 방울방울 떨어지는 둔한 진동이 뺨으로 전해졌다. 또 비라도 새는 걸까. 집주인에게 항의해야겠는걸. 귀찮은 마음에 옆으로 누운 상태 그대로 고개는 움직이지도 않고 한쪽 손을 머리 위로 뻗는다. 빠르지 않게 느릿느릿. 곧 소리의 근원에 도달한 손 위로 액체 방울이 떨어졌다. 톡, 톡, 톡. 차지 않았다...
지난 수요일, 이주 반의 입원 끝에 드디어 메디웰 병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건조한 공기와 불쾌한 기억들은 상당히 오랫 동안 뇌리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침대에 누워있어도 근육의 욱신 거림은 사라지지 않아 한의 원으로 통원 치료를 하기로 한것. 마침, 소개 받은 곳이 있기에, 병원에서 나오자 마자 곧장 한의원으로 향했다. 그 한의원을 소개를 해준 분은 이곳에서 몇시간 거리 떨어진 한의원의 부원장님으로, 전혀 아프지 않게 침을 놓아주던 분이기 때문에 소개 받은 곳 역시 같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병실에 들어가 허리에 핫팩을 하고 있는데 옆 침대에서 "악!" "아앆!" 하는 처절한 앓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점점 불안해 지는 가운데, 침을 들고 원장님이 병실로 들어왔다. 그 뒤를 따르는 간호사의..
눈물, 땀, 비, 침, 피 눈물 - 감정이 차오르고 흔들려 넘친 것. 사람들은 울지 못하는 이를 향해 감정이 메말랐다는 표현을 쓴다. 땀 - 우리 신체가 어떤 운동을 할 때에 몸에서는 열에너지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방출하기 위해 땀을 생산한다. 그래서 땀이란 노력의 상징으로 흔히 쓰이곤 한다. 허나 언제나 흘린 땀과 그 대가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비 - 파동. 비는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서 작은 물방울들이 추락하여 땅에 충돌하는 현상이다. 그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우리를 흔들기 때문에 비가 오면 사람의 감정이 움직인다. 침 - 음식물이 만나는 최초의 소화액. 식욕은 가장 원초적인 욕구중 하나로, 이것을 원하거나 충족할 때 타액이 분비된다. 무엇인가를 탐할 때 군침을 흘린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식욕이 얼마나 강하고 본능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