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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물고기의 노래

조용히 그녀의 어깨가 떨린다.








절실히 페이지를 넘긴다
종이는 얇고 부드러웠지만
가벼이 넘기지 못하는 탓은
그 안에 담긴 의미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헛되이 읽고 또 읽는다
허나 이미 새겨진 문구는
눈동자 안에 투명한 무게만을 더해가고
겹겹이 쌓인 그것은
마침내 흘러넘쳐
세상을 흐트러트리고
잉크마저 번지게 했지만
가슴 깊숙이 새겨진 단어는 변치 않고
마침내 편지는 가녀린 손안에서 무참히 구겨진다

 
조용히, 그녀의 어깨가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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