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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사생문

가방

 


   나에게는 몇 개의 가방이 있다. 가방에 대해서 글을 쓰라는 문장을 본 순간, 이 가방이 떠오른 것은 아마 내가 최근에 가장 자주 들고 다니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이 녀석은 풀색으로 체크무늬가 염색된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다. 손으로 쓸어보자 오돌토돌한 요절이 걸린다. 크기는 제법 커서 서류 파일도 쉽사리 들어간다.

  어깨끈과 가방의 안쪽은 연한 연둣빛이 도는 겨자색이다. 어깨끈은 몸통과 마찬가지로 가죽이지만, 우둘투둘하지는 않다. 가방의 안쪽은 부드럽고 매끄러운 천으로 덧대어져 있다. 주머니가 양쪽 벽에 하나씩 있어 자잘한 물건을 넣기 편하다. 그리고 얄따란 지갑이 하나 안에 딸려 있는데, 난 여기다가 생리대를 넣어 다닌다. 양쪽의 주머니는 자주 열었다 닫았다 하기 때문이다.

   다시 밖을 살펴보자. 이번엔 아래쪽이다. 보통 가방의 아래쪽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아 어떤 상태인지 잘 알지 못하는 편이다. 역시 상당히 애용을 해온 티가 나는지 아래쪽 네 개의 모서리가 모두 많이 닳아 있었다. 연두색, 풀색의 가죽이 상아색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가 아리따운 구멍 네 개가 생겨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포시 든다.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이제 조금 덜 혹사시켜야 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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