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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사생문

베개

 


  난 베개를 매우 가리는 편이다. 평소 사용하던 베게가 아니면 깊이 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적당한 높이에 푹신푹신해서 머리에 베면 푹 꺼지는 그 느낌을 좋아하고, 이 베개 역시 마찬가지이다.

 크기는 가로로 세 뼘 반, 세로로는 두 뼘 하고 손가락 하나정도. 커버는 헐거운 느낌의 섬유로 짜여 있는데 베이지색과 하얀색이 단조로운 줄무늬를 그리고 있다. 선의 폭은 손가락 한마디정도.

 그 위에 간간히 내 머리카락이 붙어 있다.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얇다. 또 어느 것은 짧고 어느 것은 길다. 같은 머리에서 나온 머리카락인데도 다른 것이 재미있다.

 커버에 있는 지퍼를 열고 베갯속을 꺼낸다.

 한쪽 구석에는 텝이 붙어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오늘 이 베개가 ‘녹차경주베개’라는 품명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텝에는 친절하게 규격도 적혀 있다. 40x60. 겉감은 면 100%가 아니라 면 36%에 나머지는 폴리에스텔.

 충전제는 폴리에스텔과 녹차 잎이다. 과연, 베개 속에는 검고 바스락 거리는 것들이 들어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더듬어 보니까 잎이라기보다는 거의 줄기에 가까운 부위들이 들어차 있다. 아무래도 이 베개의 이름은 ‘녹차경주베개’가 아닌 ‘녹차줄기경주베개’로 바꾸어야 할 듯.

 자꾸 베개를 바라보다보니 잠이 오는 것 같다. 이만 베개를 정리해야 할 듯. 밀린 숙제가 많아서 아직 잠드는 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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