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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단편

그녀의 감기 대처법




제시문 : 감기라는 소제를 사용하여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녀는 평소와 다른 묘하게 들뜬 기분에 어리둥절해했다. 지난밤 밤을 지새워 가며 으르렁 거리던 이웃집 개들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한 까닭인지 머리는 몽롱하고 무거웠다. 

  그녀는 이불 속에서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부스스해진 머리카락 사이로 서늘한 공기가 살랑거린다. 낡은 전기장판으로 데워진 이부자리 속과는 달리 방안의 공기는 시렸다. 오한에 몸이 작게 떨렸지만, 그녀는 곧 멍하니 일어서서 늘어진 가디건을 어께에 걸쳤다.
  느릿느릿 주방으로 들어가 그릇을 꺼내고 씨리얼과 우유를 부어 말아 먹고는 다시 느릿느릿 그릇을 개수대에 가지고가 헹군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 천천히 샤워를 했다.

  물기 촉촉한 머리카락으로 욕실을 나설 때는 막 눈을 떴을 때 보다는 한결 상쾌해졌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몽롱한 상태였다. 

  “오늘이 일요일이어서 다행이네.”

  멍하니 중얼거리며 무의식중에 손으로 이마를 쓸던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어머, 열이 있었네?”

  이제 그녀는 왜 평소와 기분이 달랐는지 알 수 있었다. 묘하게 들뜬 기분이었던 이유는 높은 체온 때문이었다. 좀 더 천천히 상태를 체크해 보자 목도 따끔거리며 부어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짤막한 한숨을 내쉬곤 오늘의 계획을 수정했다. 일주일만의 휴일이었지만 서점에 들렀다 영화를 보고 단골 카페에 들러 수다를 떠는 것은 지금 상태로는 무리였다.

  그렇게 결심한 뒤엔, 세탁실로가 쌓여있던 흰 빨래들을 전부 세탁기 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부엌으로 가 찻물을 올리고 어제 저녁 읽다가 내려둔 책을 집어 들었다. 5페이지 정도 읽자 물이 끓기 시작했다. 시나몬 향이 듬뿍 배어있는 애플티를 우린 다음 그녀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세탁기 돌아가는 요란한 소리가 문 너머로 멀어진다. 

  이불을 덮고 따뜻한 요 위에 앉아 다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들리는 것은 사락사락 종이 넘기는 소리와 초침이 움직이는 틱틱 거리는 소리와 문 너머에서 아련히 스며드는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음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책의 반 정도를 읽었을 때, 세탁기의 알림 음이 울렸다. 이제는 거의 다 식어버린 찻잔을 들고 홀짝이던 그녀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 찻잔과 책을 내려놓고 다시 서늘한 공기 속으로 걸어 나간다.

  잠시 뒤 그녀는 빨래 한 뭉터기를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이불위에 잠시 빨래를 내려두고 방 한쪽 구석에 접어두었던 빨래 건조대를 폈다. 그리고 하나하나 주름지지 않게 잘 털어 건조대에 걸었다. 약간은 지루하지만 일상적인 작업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일을 끝낸 뒤 그녀는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빨래를 너는 동안 식은 몸을 따스한 온기가 감싼다.

  잠시 후, 그녀는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뱉으며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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