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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단편

안녕


...으앗!

사람이 닥치면 한다는 말도,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도,
역시 진실이었다!!

아무튼,,,
기한내에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ㅂ;


...다 쓰고 읽어보니 닐 게이먼의,
샌드맨의 영향이 느껴진다 ;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녕







  어느 순간부터인가 무엇인가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미친 듯이 그것에 몰두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주 사소한 것 까지 전부 알지 못하면 만족 할 수 없는 듯 나는 그것을 분해해 가장 깊은 곳 까지 파고 들어간다.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건 결국 그 대상을 완전히 믿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순간 "안녕."이라고 말해야 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이젠 알 수 있다.

-

  그건 언제나 아주 힘든 일었다. 그 대상을 향해 쏟아 부었던 모든 것-그것이 증오, 혹은 사랑이라 해도 관계가 끝나는 순간 그 모든 것은 쓰레기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그 대상을 향해 소모한 모든 시간과 자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어느 정도 나의일부를 구성하고 있었음에도 이젠 더 이상 아무런 관계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매번 그 때마다 나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기분을 맛본다.
  어느 날인가, 마침내 나는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간격을 두기로 결심한다. 홀로 있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무엇인가로부터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은 더욱더 참을 수 없었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경계를 넘어오려 했다. 하지만 나는 필사적이었고, 세계와 나 사이의 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하고 교묘하게 바뀌었다. 그들은 그 보이지 않는 벽에 튕겨져 나가는 줄도 모르고 다시 멀어져갔다.
  나의 세상은 그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그날 전까지는.

-

  많은 말이나 눈빛이 오간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단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길지도 짧지도 않게 미소 지었을 뿐이다.
  찰나에 불과한 시간. 그 미소가 빛나는 동안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 날아와 심장을 어루만졌다.
  그것을 뽑아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깎아져나가 아주 작아진 내 세계가 순식간에 휘감겨 버렸을 뿐이다. 마치 바오밥나무에 엉망이된 게으름뱅이의 별처럼. 뽑아버리기엔 너무 늦었다.
  더 이상의 선택권이란 없었다.

-

  그녀는 매일 아침 해가 떠오르면 일어난다. 그래, 알람을 맞추면 더 일찍 눈을 뜰 수도 있지만 그녀는 대부분 알람을 맞추지 않는다. 잠이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그녀는 이불 속에 누워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시야를 어지럽히는 빛을 바라본다.
  완전히 정신이 들기까지 필요한 십 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볼일을 보고 짧은 샤워를 마친 뒤, 바스가운을 걸친 그녀는 물기에 촉촉이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비비며 주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시리얼볼에 무슬리를 담고 요구르트를 붇는다. 딸기는 늘 한 알이다.
  그 다음엔 천천히 아침 식사를 하며 TV를 켠다. 대부분의 경우 그녀는 뉴스가 나오는 방송에 채널을 고정한다. 오늘은 그녀를 불쾌하게 하는 기사가 있는 것 같다. 채널이 돌아간다. 무슬리를 씹어 먹는 그녀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식사를 마친 다음 양치를 하고 머리를 말린다. 이제 그녀는 옷장 앞으로 간다. 바스가운이 발밑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유니클로의 속옷을 사랑한다.
  그녀가 입는 옷은 늘 같다. 검은색 바지에 흰 셔츠. 그리고 날렵한 라인의 검은 조끼. 그녀의 등은 곧고 아름답다.
  옷을 모두 입고 머리를 정성스레 빗어 넘긴 다음이면 그녀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웃어 보인다. 아름답고 우아한 깃털 같은 미소다.
  그리고 그녀는 집을 나선다.
  그녀가 지배인으로 있는 레스토랑은 바로 아래층에 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경비 시스템을 해제하고 그녀는 안에 들어선다. 입간판을 문 밖으로 내놓고 조명을 켜면 이제 레스토랑의 하루가 시작될 때이다.
  그녀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

  가게의 마감이 끝날 때까지 그녀는 계속 움직인다. 모든 일이 끝나면 대부분 시계는 자정을 알리고 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 하는 것을 본 다음에서야 그녀는 가게의 문을 닫고 경비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집에 한해서는 때때로 문단속을 잊곤 한다.

-

  그것이 그녀의 세계였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나의 세계다

-

  그녀는 매우 깊게 잠이 든다. 창밖에 번개가 번뜩여도 그녀는 계속 꿈속을 헤맨다.
  나는 주방으로 가 시리얼 볼에 무슬리를 담는다. 요구르트를 붇는다. 딸기는 할 알이다. 그리고 한 입 한 입 음미 하며 그것을 먹는다.
  다 먹고 난 뒤 나는 무슬리와 요구르트 스푼과 그릇을 정리한다. 문을 나서며 그녀가 잊은 자물 쇠를 잠근다.
  잠시 후, 해가 뜬다. 나는 그녀가 내가 호흡하던 공기 속에서 눈뜨기를 기다린다.

-

  하루는 그녀의 자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이불을 움켜쥐고 몸을 작게 웅크리고 자는 그녀는 마치 어린 아이 같았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녀의 목 뒷덜미의 머리카락을 잡는다. 새카만 머리 가락 사이로 흰 목덜미가 눈부시다.
  서걱. 새로 산 가위는 조용하고 신속하게 그 일을 해치웠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흔적을 남긴다. 손끝이 흥분으로 떨렸다. 그러나 베개 위에 떨어진 잘린 머리카락 조각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

  오늘은 그녀가 매우 들떠 보인다. 무슨 일일까. 늘 입던 아름다운 흑백의 제복은 옷걸이에 홀로 남겨져있다. 대신 그녀는 쇼핑에서 사온 A라인의 우아한 푸른 드레스를 입는다.
  흰 뺨이 붉게 상기되어 있다. 늘 가벼운 화장만 하던 그녀였는데 오늘은 눈두덩이에 화사한 연분홍빛 셰도우가 빛나고 있다. 입술은 사랑스러운 체리 빛이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아이 라인을 그린다.
  그때 현관에서 벨이 울었다. 그녀는 들뜬 걸음으로 문으로 다가간다. 내 심장은 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나는 화면을 현관으로 전환 시켰다.
  거기에 그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말없이 그녀에게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준다. 기대감과 흥분으로 들뜬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안에서 슈즈케이스를 꺼낸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하늘 색 깃털로 장식된 구두 한 켤레가 들어있었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조용히 그녀는 구두를 내려놓고 작은 발을 집어넣는다. 잠시 발끝을 바라보던 그녀가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를 향해 웃는다.
  그것은 내가 본적 없는 미소였다.

-

  그날 밤.
  그녀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

  그녀는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 했다. 부드럽고 온화한, 아침 햇살 속에 빛나는 금빛 먼지 같은 그런 사람이라 생각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의 세계가 붕괴한다.

-

  그녀는 나의 세계 그 자체였다.
  이제 그녀의 세계 역시 붕괴해야 한다.

-

  잠든 그녀를 바라본다. 슬프고 아름다운 관경이다. 몽롱한 달 빛 아래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순결한 소녀 같은 얼굴로 잠들어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것이 거짓임을 안다.
  나지막이 속삭인다.
  "안녕."
  생각보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나이프는 날이 매우 잘 들었다. 몇 번인가 퍼덕 거리던 그녀는 서서히 조용해진다. 비릿하고 날카로운 향이 번진다.

-

  폐허 속에서 다시 새싹이 움틈을 느낀다.
  세계는 파괴를 통하여 정화 되었다.
  나는 새 생명을 얻었다.
  아침 해가 떠오른다. 나는 반짝이는 먼지들이 햇살 사이에서 춤추는 것을 나른한 눈으로 지켜보다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이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다.





이 밑은 1차 퇴고를 거친 내용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무엇인가'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미친 듯 그것에만 몰두하게 된 것은. 아주 사소한 것 하나 까지 전부 알기 전까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불안함. 거기서 멀어지기 위해 나는 몰입 속으로 도망쳐야 했다.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건 결국은 무엇인가를 완전히 믿지 못함에서 비롯된 감정이었다. 매순간 나는 "안녕."이라고 말해야 할 시기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

  그건 언제나 아주 힘든 일었다. 그 대상을 향해 쏟아 부었던 것은 - 증오, 혹은 사랑이라 할지라도 모든 관계가 끝나는 순간 전부 쓰레기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시간과 자원은 나의일부를 구성하고 있던 것임에도.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매번 가슴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기분을 맛본다.
  어느 날인가, 마침내 나는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간격을 두기로 결심한다. 홀로 있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무엇인가로부터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은 더욱더 참을 수 없었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경계를 넘어오려 했다. 하지만 나는 필사적이었고, 세계와 나 사이의 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하고 교묘하게 바뀌었다. 그들은 그 보이지 않는 벽에 튕겨져 나가는 줄도 모르고 다시 멀어져갔다.
  나의 세상은 그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그날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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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말이나 눈빛이 오간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단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길지도 짧지도 않게 미소 지었을 뿐이다.
  찰나에 불과한 시간. 그 미소가 빛나는 동안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 날아와 심장을 어루만졌다.
  그것을 뽑아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깎아져나가 아주 작아진 내 세계가 순식간에 휘감겨 버렸을 뿐이다. 마치 바오밥나무에 엉망이된 게으름뱅이의 별처럼. 뽑아버리기엔 너무 늦었다.
  더 이상의 선택권이란 없었다.

-

  그녀는 매일 아침 해가 떠오르면 일어난다. 그래, 알람을 맞추면 더 일찍 눈을 뜰 수도 있지만 그녀는 대부분 알람을 맞추지 않는다. 잠이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그녀는 이불 속에 누워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시야를 어지럽히는 빛을 바라본다.
  완전히 정신이 들기까지 필요한 십 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볼일을 보고 짧은 샤워를 마친 뒤, 바스가운을 걸친 그녀는 물기에 촉촉이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비비며 주방으로 향한다.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시리얼볼에 무슬리를 담고 요구르트를 붓는다. 딸기는 늘 한 알이다.
  그 다음엔 천천히 아침 식사를 하며 TV를 켠다. 대부분의 경우 그녀는 뉴스가 나오는 방송에 채널을 고정한다. 오늘은 그녀를 불쾌하게 하는 기사가 있는 것 같다. 채널이 돌아간다. 무슬리를 씹어 먹는 그녀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식사를 마친 다음 양치를 하고 머리를 말린다. 이제 그녀는 옷장 앞으로 간다. 바스가운이 가느다란 발목 밑으로 떨어진다. 흰 엉덩이를 부드러운 레이스가 감싼다. 그녀는 유니클로의 속옷을 사랑한다.
  그녀가 입는 옷은 늘 같다. 검은색 바지에 흰 셔츠. 그리고 날렵한 라인의 검은 조끼. 그녀의 등은 곧고 아름답다.
  옷을 모두 입고 머리를 정성스레 빗어 넘긴 다음이면 그녀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웃어 보인다. 아름답고 우아한 깃털 같은 미소다.
  그리고 그녀는 집을 나선다.
  그녀가 지배인으로 있는 레스토랑은 바로 아래층에 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경비 시스템을 해제하고 그녀는 안에 들어선다. 입간판을 문 밖으로 내놓고 조명을 켜면 이제 레스토랑의 하루가 시작될 때이다.
  그녀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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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의 마감이 끝날 때까지 그녀는 계속 움직인다. 모든 일이 끝나면 대부분 시계는 자정을 알리고 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 하는 것을 본 다음에서야 그녀는 가게의 문을 닫고 경비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집에 한해서는 때때로 문단속을 잊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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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그녀의 세계였다.
  이제 그것은 나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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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매우 깊게 잠이 든다. 창밖에 번개가 번뜩여도 그녀는 계속 꿈속을 헤맨다.
  나는 주방으로 가 시리얼 볼에 무슬리를 담는다. 요구르트를 붓는다. 딸기는 한 알이다. 그리고 한 입 한 입 음미 하며 그것을 먹는다.
  다 먹고 난 뒤 나는 무슬리와 요구르트, 스푼과 그릇을 정리한다. 문을 나서며 그녀가 잊은 자물 쇠를 잠근다.
  잠시 후, 해가 뜬다. 나는 그녀가 내가 호흡하던 공기 속에서 눈뜨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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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는 그녀의 자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이불을 움켜쥐고 몸을 작게 웅크리고 자는 그녀는 마치 어린 아이 같았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녀의 목 뒷덜미의 머리카락을 잡는다. 새카만 머리 가락 사이로 흰 목덜미가 눈부시다.
  서걱. 새로 산 가위는 조용하고 신속하게 그 일을 해치웠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흔적을 남긴다. 손끝이 흥분으로 떨렸다. 그러나 베개 위에 떨어진 잘린 머리카락 조각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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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그녀가 매우 들떠 보인다. 무슨 일일까. 늘 입던 아름다운 흑백의 제복은 옷걸이에 홀로 남겨져있다. 대신 그녀는 쇼핑에서 사온 A라인의 우아한 푸른 드레스를 입는다.
  흰 뺨이 붉게 상기되어 있다. 늘 가벼운 화장만 하던 그녀였는데 오늘은 눈두덩이에 화사한 연분홍빛 셰도우가 빛나고 있다. 입술은 사랑스러운 체리 빛이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아이 라인을 그린다.
  그때 현관에서 벨이 울었다. 그녀는 들뜬 걸음으로 문으로 다가간다. 내 심장은 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나는 화면을 현관으로 전환 시켰다.
  거기에 그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말없이 그녀에게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을 준다. 기대감과 흥분으로 들뜬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안에서 슈즈케이스를 꺼낸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하늘 색 깃털로 장식된 구두 한 켤레가 들어있었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조용히 그녀는 구두를 내려놓고 작은 발을 집어넣는다. 잠시 발끝을 바라보던 그녀가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를 향해 웃는다.
  그것은 내가 한 번도 본적 없는 미소였다.
  그리고 결코 나를 향하지 않을 미소였다.
  나의 세계가 붕괴한다.
-

  그날 밤.
  그녀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

  그녀는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 했다. 부드럽고 온화한, 아침 햇살 속에 빛나는 금빛 먼지 같은 그런 사람이라 생각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

  그녀는 나의 세계 그 자체였다.
  이제 그녀의 세계 역시 붕괴해야 한다.

-

  잠든 그녀를 바라본다.
  몽롱한 달 빛 아래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순결한 소녀 같은 얼굴로 잠들어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것이 거짓임을 안다. 슬프고 아름다운 광경이다.
  나지막이 속삭인다.
  "안녕."
  생각보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나이프는 날이 매우 잘 들었다. 몇 번인가 퍼덕 거리던 그녀는 서서히 조용해졌다.
  비릿하고 날카로운 향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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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허 속에서 다시 새싹이 움틈을 느낀다.
  세계는 파괴를 통하여 정화 되었다.
  나는 새 생명을 얻는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반짝이는 먼지들이 햇살 사이에서 춤추는 것을 나른한 눈으로 지켜보다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이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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