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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물고기의 노래

아가야, 벗은 몸으로 오거라

 

 

 

아가야,
벗은 몸으로 오거라.


붉게 뛰는 심장 꺼내 들고,
가시밭 디딘
상처투성이 맨발 숨기지 말고,
볼품없이 마른 팔다리
청실홍실로 감싸지 말고
맨몸으로 오너라.

 

아지랑이 같은 맹세는
흔적도 남지 않지만
유리는 만든 우리는
네 살도 벤단다.
보렴.
온통 검붉은 얼룩투성이구나.

 

응당 그래야 하듯
썩은 상처 위엔
진물이 흐르게 두거라.
혀로 핥을 필요도 없다.

 

허나,
무서워 말거라.
제아무리 바스락거려도
해가 지기도 전에 잦아들고
다시 불,
그저 바람이란다.

 

그러니
아가야,

벗은 몸으로 오거라.
다 내려두고
그저 맨몸으로 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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