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천 가에서 끌어올려졌을땐
저도 사람이 되는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보세요,
아가미도 눈도
이미 말라붙었건만
나는 두 다리로 제대로 서지도 못합니다.
입가에는 언제나 물이 찰랑거려
말대신 왈칵왈칵 쏟아지죠.
나를 다시 물로 돌려보내줘요.
내 아가미와 지느러미의
붉음을 탓하지 마세요.
백탁한 눈일지라도
옅은 물가에 잠겨있던
말의 빛깔,
그 초록의 흔들림을
아직 기억합니다.
수면위에 스치는 볕이
그 위에 만들던 얼룩도 말이죠.
모든 것엔 끝이 있다 말합니다.
그러니 언젠간
왈칵 쏟어져 내리던 그것이
흰 말을 닮은 파도가 되어 달리겠지요.
나를 장기말 처럼 다루지 마세요.
걷지 못하면 기어
길 수 없다면 모두 놓아 버리고
돌아가겠습니다.
흐르고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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