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은해구아래/사생문

목련




그늘진 자리에 가느다랗게 뻗은 나뭇가지 끝자락에 그 꽃은 매달려 있었다.

꽃잎의 아랫쪽은 짙은 분홍빛이었다.
색은 꽃받침에서 멀어질수록 희미해진다.
잎 가장자리는 빛을 받아 살짝 투명하게 빛이 났다.
중앙으로 갈수록 그 빛은 줄어들고, 대신 농도 짙은 색이 그 자리를 메운다.

꽃잎은 가지 끝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꽃이 지는 시기다.
조금만 더 바람이 강하게 분다면 벨벳처럼 부드러운 잎새는
거친 바닥에 떨어져, 밟히고 짓이겨진 뒤 볼품없는 갈색 조각이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은은한 향기는 선명하게 공기 속을 적시고 있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깊은해구아래 > 사생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색  (4) 2010.07.10
  (2) 2010.04.20
다이어리  (4) 2010.01.13
가스렌지의 불꽃왕관  (0) 2010.01.02
색연필  (0) 2009.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