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그날,
너를 처음 본 바로 그 날
난 널 사랑하겠다고 결심했단다.
우아하고 유연한 너의 몸놀림은
나에겐 무척 경이롭고 신비로울 뿐이었지.
부서지기라도 할것 같아
조심스럽게 케리어에 널 넣고 끌어 않았어.
한시간 사십분.
제법 긴 시간동안 차를 타고 있었지만
넌 연약한 목소리로
마치 삐약거리는 병아리처럼
야옹 하고 한번 울음을 내었을 뿐
느긋하게 내 손가락을 가지고 장난을 쳤지.
우리의 작은 보금자리에 도착했을 때도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차분한 걸음걸이로 여기저기 둘러보곤
그릇에 담아 두었던 사료를 씹어먹고
물을 할짝거렸지.
안녕.
나는 너를 씻기고 먹이고 빗기고 지키기로 결심 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어.
넌 여전히 내 뒤 따르고
어리광섞인 목소리로 나를 불렀지만
어느 순간부터 난 널 밀어내기 시작한거야.
다른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거기에 설득 당해서는 안되는 거였어.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지.
내 기억속 네 마지막은
때가탄 켓타워 위에서 작게 웅크리고
깊은 잠에 빠진 모습이란다.
안녕.
그날,
몇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네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확인한 나는
잰 걸음으로 도망쳤어.
묘하게 가슴이 뛰었지만 무시했지.
그순간 나는 너를 뒷전으로 밀어둔거야.
너에겐 오직 나밖에 의지할 곳이 없었는데
나에게 가장 중요한건 네가 아니였던거지.
안녕?
지금 나는 네가 무척이나 그립고
또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