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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그밖에

빌리(11세)의 봄


단어 연습

 알은체하다/아는 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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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산드라?”


  빌리가 알은체하며 다가왔다. 그는 금발 머리를 가볍게 흔들며 미소 지었다. 새하얀 이빨이 유달리 빛나 보인다. 몇몇 여자애들은 그 미소에 홀딱 넘어가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산드라의 취향은 아니었다.


  “아, 너냐?”


  산드라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다시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빌리는 힐끔 문제를 훔쳐보더니 아는 체를 했다.


  “아, 이거 제 2공식 아니야?”
  “어, 그래 맞아.”


  그녀는 짧게 대답하고는 계속 문제에 집중했다.


  “굉장한데? 이건 최고학년들이나 배우는 문제잖아?”

 

  빌 리가 놀랍다는 듯 호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녀의 반응은 시큰둥 할뿐.


  “어, 그래.”


  무성의한 대답에 질릴 법도 한데, 빌리는 다시 산드라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산드라….”


  마침내 그녀는 노트에서 시선을 때고 빌리를 바라보았다. 문제에 상당히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눈은 묘하게 박력 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숙적을 앞에 둔 파이터의 기세와도 같다 랄까. 덕분에 빌리는 자시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침만 꼴깍꼴깍 삼키며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그녀의 눈치만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10초 정도 기다리다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제 야 빌리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저기 그냥  좀 알은체해 달라고….”


  자신이 산드라의 앞에서는 왜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빌리 11세의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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