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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사생문

거울




  거울하면 일단 떠오르는 것은 차가운 감촉이다. 유리로 만들어진 이 물건은 반질반질 매끄러운 감촉과 단단하며 서늘한 느낌이 공존한다. 거울에 나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면, 그것은 언제나 대칭으로 움직일 것이다. 결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간격과 속도로.


  사실, 거울이 오늘날과 같이 유리로 만들어 진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그것은 유리를 만드는 기술 자체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 것이 더뎠기 때문이고(유리 제조기법은 일급비밀이라 해도 좋았다), 그 뒤에 금속을 씌워 거울을 만든다는 발상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 후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는 반질반질하게 잘 닦은 철판에 얼굴을 비춰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는 것은 파문이 이는 호수에 얼굴을 비춰보느니만 못했을 것이다.


  시각적인 것에 많이 의존하는 우리에게 거울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춰준다는 점에 있어서 훌륭한 도구이지만, 그로 인해 이면에는 비밀을 폭로하는 적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한 공포는 세수를 하면서 거울을 보고 있는데 나타나는 귀신의 그림자라든가, 거울 속에서 나타나는 두려운 미래에 대한 예견 등으로 표현 되고는 한다.


  거울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져 왔다. 그에 얽힌 전설과 미신적인 믿음, 그리고 설화는 매우 많다.


  예를 들자면 메두사의 머리를 자른 영웅 페르세우스는 거울을 이용하여 돌이 되지 않고 그 목을 벨 수 있었으며, 신비학자들은 거울 너머에는 페레럴 월드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복도에 놓인 마주보는 거울은 불길하다 하여 어느 한쪽은 커튼으로 가려두었다는 이야기 역시 심심히 않게 들려온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고대에는 청동거울이 신기로써 샤먼들에게 사용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와 거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집에서 동물을 기르다보면 이 녀석들은 거울에 상당히 익숙해지곤 한다. 처음 거울을 보았을 때 그 속에 강력한 라이벌이 있다고 여기고는 상당한 적개심을 품고는 한다. 시간이 흘러 점점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학습하면 더 이상 거울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거울을 보지 못하고 자란 녀석들은 거울속의 모습이 자신이라는 것을 좀처럼 알지 못하고 깜짝깜짝 놀라고 한다.


  역시, 거울이란 재미있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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