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사의 대관령 김치라면이 본 사생문의 주인공이올시다. 사실, 오늘 라면을 먹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어머님께서 라면 먹자고 유혹하는 것도 뿌리쳤건만) 보아하니 사생문 과제로 라면 올라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여 저는 어쩔 수 없이 라면을 끓여 보겠습니다.
먼저, VONO 스프컵으로 세잔의 물을 냄비에 넣습니다. 그리고 분말스프와 건더기 스프가 혼현일체인 라면 스프를 투입, 끓인 뒤 두 동강 낸 면을 넣어 다시 꼬들꼬들하게 끓입니다.
자 완성! 그럼 관찰 돌입입니다. 먼저 냄새. 일명 라면 냄새가 납니다. 짭쪼름 하면서도 어딘지 후추를 떠올리게 만드는 매콤함. 음, 이름은 김치면인데 김치 냄새는 별로 안 납니다.
다음은 면! 잘 익어 젓가락으로 휘어 감어 들어 올리자 탄력 있게 튕겨져 오르는 꼬불꼬불한 면발이 군침 도는군요. 익히기 전의 유백색과는 다른 반투명한 살구 빛의 면은 국물이 베어들어 약간 붉은 기가 돌고 있습니다. 끓인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집어 올린 면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네요.
이제 먹어보겠습니다. 후후 불어 입에 후루룩! 음 먼저 짠맛이 가장 강하게 느껴집니다. 라면을 끓일 때 물을 좀 적게 넣는 편이라 더 그렇지요. 살짝 단 맛도 느껴지네요. 음, 그리고 시큼한 맛도 나는데, 김치면이라 그런 듯. 면이 쫄깃쫄깃해서 씹는 맛이 좋습니다.
면을 다 먹고 보니까, 남은 건더기 속에서 가뭄에 콩 나 듯 한 면이 1cm인 사각 형으로 잘린 김치 조각 들이 보입니다. 김치가 전혀 안 들어 있는 건 아니었네요. 하나 들어서 잘근잘근 씹어 보니까 묵은 김치 맛이 콤콤하게 올라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라면파이지만 이 라면도 가격에 비해서는(마트에서 파는 라면중 제일 싼 것을 골라옴) 만족스러운 맛이군요. 안 그래도 밀가루 값이 올라서 라면이 더 비싸질 것 같은데, 이참에 이 라면으로 바꿔 볼까 싶기도 합니다. 음, 그 보다는 아예 라면을 안 먹는 것이 좋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