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전학생이 올 예정이다.’
며칠 전, 갑작스레 수업중인 운율은 불러낸 이사장이 던진 첫 마디이다.
그렇게 말하며 책상 위로 내밀어진 것은 전학생의 대한 신상명세가 적혀있는 파일.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그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내용을 대충 훑어보던 그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이름 : 김나루
성별 : 여
나이 : 만 16세.
신장 : 158cm
성적 : 양호
‘생후 1개월 안쪽에 서울 강남의 어느 골목에 유기됨. 그 후 근처에 거주 중인 한 부부에 의하여 발견되었으며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 둘째로 입적됨.
차츰 성장하며 주위에서 상식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괴현상이 출몰. 처음에는 부부 역시 아이를 감싸고 이해하려 했으나 차츰 그 정도가 더해감에 따라 기피하기 시작.’
그 뒤로는 괴현상과 관련된 자료집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가 내용물을 읽는 동안 이사장이 설명을 이었다.
‘지금까지는 그 아이의 오빠가 집안에서 여러모로 보호자 노릇을 해줬던 것 같지만, 분가를 하게 되면서 더 이상 집에 있기 힘들어진 모양이다.’
읽고 있던 프로파일을 책상위로 털썩 소리 나게 떨어트리며 운율이 말했다.
‘여기가 아니라도 기숙제 학교는 많을 텐데? 왜 이런 말썽을 일으킬 것 같은 아이를 받아 들인 거지?’
날이 선 목소리이나 이사장은 신경 쓰이지 않는지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물론 다른 곳에도 기숙사가 있는 학교는 있다마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이 아이가 그런 곳에 간다면? 어떻게 될지는 너도 잘 알고 있잖느냐.’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이사장은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날카로운 한마디를 던졌다.
‘내가 낙하산이라는 구설수에 오르면서까지 너를 이 학교 미술교사로 받은 건 다 이런 일을 맡기기 위해서였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낙하산 이야기는 운율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더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자 그는 이사장을 향해 투덜거렸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영감이라는 말에 이사장이 발끈하고야 말았다.
‘뭐, 뭐야? 영감?! 난 아직 앞날이 창창하다고! 네놈이야말로 빌어먹고 싶지 않으면 군말 말라고! 능력이 있으면 써먹어야 하는 법이야!’
여전히 내키지 않는 듯 못마땅한 표정이었으나 그는 결국 다시 한 번 프로파일을 펼쳐보았다.
*
하얗고 조그마한 얼굴. 깔끔한 검은 단발머리.
벚꽃 아래 서 있는 소녀의 얼굴은 파일에 첨부되어 있던 사진과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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