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전에 읽은 동화.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것은 최근이지만
이사람 처럼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름답고 소중하고 두근거리는 추억같은 이야기
큰길 막다른 곳에 학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막다른 곳 오른쪽 모퉁이에 집시인 다이나 할머니가 그 옆에 한 쌍의 모란 잉꼬를 넣은 새장을 놓고 앉아 있었습니다. 왼쪽 모퉁이에는 수잔 브라운이 앉아 있었습니다. 수잔은 자기가 9살쯤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조금도 확실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물며 다이나 할머니의 나이에 이르러서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할머니는 이미 오래 전에 자기 나이가 몇 살인지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날마다 12시 반이 되면 학교가 끝나고 어린 남자아이들과 여자아기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학교 문에서 달려 나옵니다. 그러면 수잔은 아아, 점심 때로구나 하고는 빵에다 먹다남은 고깃국을 부은 점심 도시락을 꺼내 먹으며 여자아이들의 리본이며 남자아이들의 구멍이 뚫려 있지 않은 구두를 부러워하며 바라봅니다. 남자아이들의 구두끈은 흔히 끊어져 있어 한데 묶어서 꿰여 있는 수가 있습니다. 구두끈이란 잘 끊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수잔은 어린 남자아이가 수잔에게 와서 자기 용돈을 1페니 내고 새 구두끈을 사리라고 바란 일은 없습니다. 남자아이의 구두끈은 어머니가 가게에서 사는 것이며, 아이들은 뭔가 다른 것, 예를 들어 팽이나 사탕이나 풍선같은 것을 사는 데 자기 용돈을 씁니다. 그리고 여자아이들은 장식 구슬이며 드롭스며 제비꽃 다발 같은 것을 삽니다.
그러나 날마다 여자아이나 남자아이가 하나 둘은 다이나 할머니의 모란잉꼬 앞에 멈추어 서서 1페니를 내밀며
"제비 한 장 주세요."
하고 말합니다.
왜냐 하면 모란 잉꼬는 아주 굉장히 훌륭한 새이기 때문입니다. 겉보기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1페니로 운수를 알 수 있는 제비를 꺼내 주는 것입니다. 단 1페니로 운수를 알 수 있다니 뭐니뭐니해도 싼 게 아닐까요?
아이들이 제비를 사러 올 때마다 다이나 할머니는 말합니다.
"아가, 집게손가락을 새장 안에 넣으렴."
그래서 아이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두 마리의 모란 잉꼬 중 한 마리가 그 손가락에 살짝 올라 앉아 날개를 푸드득거리며 밖으로 나옵니다. 그러면 다이나 할머니는 늘 새장 밖에 걸어 놓고 있는 진분홍빛이며 초록빛이며 파랑이며 노랑 등의 접은 제비 다발을 내밉니다. 잉꼬는 구부러진 부리로 그 제비를 한 장 뽑고 아이는 그것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그 아이에게 맞는 운수라는 것을 잉꼬는 어떻게 알까요? 마리온에게는 이것, 시릴에게는 저것, 헬렌에게는 그것, 퓨우에게는 요것이라는 것을, 그 곳에 있던 아이들은 모두 색종이 위에 머리를 모으고 들여다봅니다.
"마리온 네 것은 뭐라고 씌여 있니?"
"나는 왕자님과 결혼한대. 내것은 보라빛이야. 시릴, 네 것은?"
"초록빛이야. 나는 멀리 여행한다고 씌여 있구나. 헬렌은 무엇일까."
"나는 노랑이야."
하고 헬렌은 말합니다.
"그런데 나는 아이를 7명 낳는다는구나. 퓨우야, 너는 뭐라고 씌여 있니?"
"나는 무엇을 해도 성공한대. 내것은 파랑이야."
그리고 아이들은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뛰어 갔습니다.
수잔 브라운은 자기 자리에서 온 정신을 귀에 모아 듣고 있었습니다.
운수를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집니까? 그러나 수잔은 한 번도 1페니의 돈을 가져 본 일이 없습니다. 꼭 써야 할 1페니조차도 좀처럼 가져 본 일이 없었으니까요.
어느 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다이나 할머니가 양지바른 곳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아주 신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새장 문이 조금 열리더니 잉꼬가 한 마리 튀어나왔습니다. 꾸벅꾸벅 졸고있는 할머니는 그것을 모릅니다. 그러나 맞은편에서 눈을 뜨고 있던 수잔은 똑똑히 보았습니다. 조그만 초록색 새가 홰에서 깡총 뛰어 포장된 길위로 푸드득거리며 내려오는 것도, 길 가장자리를 깡총깡총 뛰어가는 것도, 조금 떨어진 도랑 속에서 바짝 마른 고양이가 새를 보고 몸을 웅크리는 것도. 수잔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며 그와 함께 수장의 몸도 뛰어 올랐습니다. 수잔이 뛰어오른 것이 고양이가 뛰어 오른 것보다 빨랐습니다.
수잔은 '쉿'하고 고양이를 쫓는 시늉을 하며 길 저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고양이는 시치미를 뚝 떼고 다른 곳을 보았고 수잔의 손은 잉꼬를 덮쳤습니다. 잉꼬는 수잔의 손가락에 사뿐 올라앉았습니다. 잉꼬가 손가락에 앉아주다니! 어느 여름 날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수잔은 여태까지 이처럼 기쁜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나는 일은 그것뿐이 아니었습니다. 수잔과 잉꼬가 새장 있는 데로 오자 잉꼬는 부리를 뻗어 종이 다발 속에서 분홍빛 제비를 뽑아 수잔에게 주었습니다. 수잔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이었습니다. 수잔은 잉꼬를 새장 속에 넣고 제비를 가지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덧 세월은 흘러 마리온도 시릴도 퓨우도 이젠 학교에 오지 않게되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이미 오랜 옛날에 제비를 잃어버렸고, 그런 것에 대해서는 깨끗이 잊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마리온은 약국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와 결혼했고 시릴은 하루종일 회사에 앉아 있었습니다. 헬렌은결혼하지 않았고 퓨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수잔 브라운은 일생 동안 그 제비를 갖고 있었습니다. 낮에는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고 밤에는 베개 속에 넣고 잠을 잤습니다. 수잔은그 안에 뭐가 씌어 있는지 몰랐습니다. 수잔은 글씨를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짙은 분홍빛 운수였습니다. 게다가 수잔의 운수는 돈으로 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받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