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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그밖에

단어연습 - 바라고 바래다






 빛바랜 낙엽을 주워든다. 앙상한 잎맥을 따라 본래의 색을 완전히 잃은 잎은 거의 흰색에 가까웠다.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 이처럼 천천히 빛을 잃고 공기 속으로 흩날려 버린다.


 너를 마지막으로 바래다주었던 그 가을날, 천천히 붉은빛 낙엽 사이로 멀어져 가는 너 뒷모습을 바라다보며 그 순간의 모든 것을 기억하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맹세했지. 모든 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허나 그러한 바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마모되어 이제 대부분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봄에는 나비를,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엔 영롱한 새의 노래를 들으며 너에 대한 기억을 반복해서 되새겼다. 나비의 날갯짓을 닮은 너의 걸음걸이, 해바라기와 같던 크고 화려한 미소, 명랑한 새와 같이 쉴새 없이 울리던 목소리. 


 

 하지만, 겨울이 오면, 희고 창백한 눈이 모든 것을 덮어 색을 앗아가게 되면, 나는 더 이상 너를 추억할 것을 찾지 못해 방황해야 했다. 다시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면 너를 잊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겨울은 모든 형태와 빛과 소리를 남김없이 바래버리게 만들었지.


 나는 이제 봄날 나비의 날갯짓과 여름날 태양을 향해 선연히 타오르는 해바라기의 노오란 잎과 가을을 노래하는 새의 소리는 기억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너의 걸음걸이와 미소와 목소리는 단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아.


 하지만, 붉어서 마치 타오르는 것 같았던 길고도 긴 가로수 너머로 멀어져 가던 네 뒷모습만은 잊혀지지 않았지. 그것은 그날 느꼈던 그리움과 슬픔만은 예리한 비수처럼 남아 내 가슴을 찌르고 또 찌르고 있기 때문일 거야.

  


 
우울합니다ㅠㅠ 오늘 또 눈왔어요!!!


< 바라다 >

1 (‘―기를’ 대신에 ‘―었으면 하고’가 쓰이기도 한다) 생각이나 바람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다.

2 원하는 사물을 얻거나 가졌으면 하고 생각하다.

3 어떤 것을 향하여 보다. 

 

< 바래다 >

1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

2 볕에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하다.

 

< 바래다2 >

  가는 사람을 일정한 곳까지 배웅하거나 바라보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