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퀘스트 -
풍경이나 광경을 묘사해주시면 됩니다.
즉, 사람의 행동이나 풍경을 마음껏 그려주시면 됩니다. 대사는 안 되고요.
분량은 1000자 정도. A4 한 장이 약간 안 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것, 못, 듯을 쓰면 안 됩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사위는 고요한 어둠 속에 가라앉아있었다. 입김을 불자 새하얀 김이 서린다. 피부로 와 닿는 공기는 생각보다 온화해 잘 모르고 있었지만, 기온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다시 한번 호 하고 입김을 내뱉어 본다. 이번엔 좀 더 길고 따뜻한 숨이 입술을 타고 흘러나온다. 희미한 흰색이 밤의 무거운 공기 속에 형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곧 어둠 속으로 삼켜져 버린다.
비는 매우 가늘어서 빗줄기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뿐만아니라 소리 초자 나지 않는다. 밖으로 나와보지 않았다면 비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리라. 나뭇가지며 지붕 끝에서 간간이 떨어지는 물방울들의 소리만이 비가 오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밤은 이미 깊어 멀리 가로등들이 안개 같은 빗방울 사이로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다. 가로등 옆에 서 있는 느티나무 가지는 습기를 한껏 머금은 짙은 고동빛이다. 긴 시간 비에 젖은 나무잎이 축 늘어져 있었다.
한걸음 내디뎌 처마 밑을 벗어나자 서늘함이 뺨 위로 내려앉는다. 빗방울은 너무도 작아 흘러내리지조차 않는다. 단지 피부로 느껴지는 습기를 통해 거기에 물방울이 떨어졌음을 알뿐이다. 촉촉히 젖은 공기 속에서는 기분 좋은 흙 냄새가 났다. 건조하고 메말라 탁한 먼지가 흩날리는 타일 바닥과는 전혀 다른 공기다. 매끄러운 유리와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어느 시골 돌담길이며 그 너머에 있는 빨간 홍시가 달린 감나무 가지, 싸리 빗자루와 낡았지만 매끈한 광택이 나는 마루를 닮은 냄새다.
몇 걸음 더 나아가 마당으로 나선다. 부엌 창문을 통해 흘러나오는 형광등의 불빛은 뿌옇게 번져 보였지만 어둠을 조금 밀어낼 정도는 되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정적을 깬다. 키 작은 풀잎들이 다리를 스치자 굵은 물방울들이 바짓단으로 스며든다. 보드라운 잎새들이 흔들리며 몸을 떤다.
차분한 노란 빛 아래 자리한 작은 시내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천천히. 안개는 느린 속도로 차가운 공기를 타고 올라 길 위로 올라선다. 안개는 소리뿐만 아니라 빛마저 집어삼킨다. 그래서 안갯속을 걷는 일은 언제나 조금 무섭다. 나는 살짝 몸을 떨고서 돌아섰다. 이제 그만 쉬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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