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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물고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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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다 조심해,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널 잡아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 끝 없이 이어지는 계곡 사이엔 바람만이 가늘고 긴 소리를 울리네. 검고 깊은 허공은 예리한 이빨을 번뜩이며 무엇이든 집어 삼키려 하네. 그 앞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아. 뒤돌아 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고 너 역시 돌아 보지 않을 테니. 등 뒤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 역시 밀쳐내는 것으로만 이해 될테지. 난 그저 여기에서 네가 스러지는 것을 바라볼 뿐.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낡고 작은 문이 있네. 으슥진 수풀 아래 낡고 작은 문이 있네. 낡고 작아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그런 문이 있네. 똑똑, 두번의 노크만 있으면 쉬 열 수 있지만 문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네. 결국, 문 안의 그는 홀로 살다 홀로 죽었다네. 이것은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라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사각사각 타닥타닥의 즉흥시 : 잔, 젓가락, 술자리, 창살 어제 모임을 가지면서 식도락 모임, 혹은 만화수다 떨기 모임이 아니라는 증거를 대기 위해! (실은 그냥 재미있자고 한거지만) 모임에서 조촐하게 이루어진 즉흥식 놀이. (이사님의 건의였다) 돌아가면서 한가지씩 주제를 제시하고 이름 그대로 즉흥적으로 시를 써봤는데 모두 멋진 시들을 만들어 주셨다^^ 여기에는 내가 적었던 것만을 올려본다. - 잔 - 희고 둥글고 매끄럽게 흐른다. - 젓가락 - 하나와 하나 곤과 건이 삶을 움직인다. - 술자리 - 1. 찰랑이는 술잔따라 세상도 술렁이네. 2. 술잔이 넘칠때 자리에 서면 하늘이 돌고 안과 밖이 뒤섞이리. - 창살 - 갇혀 있다고 믿고 있을지 모르나 사실 그대는 밖에 있는 것이다. 그 너머에 집착하지 말고 뒤를 돌아보라. 또다른 풍경이 기다리고있다. 간만에 문예 ..
온다, 죽음이 온다 단문 장문 : 죽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단문 6개 이상, 장문 1개 ------------------------------------------------------------------------------------------------------ 온다. 그것이 온다. 저 창문 너머, 시커멓고 뻥 뚫린 어둠 속에서, 뼈대와 가죽만 남은 몸에 낡아 빠진 천 쪼가리를 몸에 감고, 낡은, 그러나 잔혹하게 빛나는 낫을 들고, 춤추고, 노래하고, 경배받으며. 온다. 죽음이 온다. 춥다. 견딜 수 없이 춥다. 몸이 서서히 식어간다. 경련을 일으킨다. 뻣뻣이 굳어간다. 온다. 온다. 그것이 온다. 죽음이 바로 코앞이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비, 낙엽, 그리고 가을 아침 비가 내리고 조금 서늘한 바람 그러나 따사로운 시간. 사박사박 가을길을 걷는 세 모녀.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사진,그리고 일상...]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다 사진, 찍어 본적 있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상을 찍었지. 하지만 네 사진과 내가 찍은 것은 전혀 달랐어. 그건 마치 같은 라디오를 들고 전혀 다른 채널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마찬가지야. 내가 보는 풍경을 넌 볼 수 없을거야. 반대로, 네가 보는 것 역시 난 잘알지 못할 테지. 하지만 서로의 사진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본다면 아주 잠시 동안에 불과할 지라도 그 사람의 시선이 무엇을 향해있는지 알 수 있단다. 그러니까, 자, 보렴. 지금 우린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거야.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아름다운 그림, 사진, 좋아하는 그림, 사진]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한때 그 거리에는 왕들이 거닐었네 한때 그 거리에는 왕들이 거닐었네. 세상은 풍요로웠으며 냉혹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네. 시간이 흘러 모든 왕들은 꽃처럼 지고 세상은 풍요도 아름다움도 잃어 냉혹함만 남아있네. 과거의 유물. 모래 한줌과 블록 몇개 낡은 천조각을 보며 사람들은 노래하네. 어린시절 모든 사람은 왕이었네. 세상은 풍요로웠으며 냉혹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무희 인형 옛날 어느 작은 극장에 한 인형사가 살고 있었지. 그는 사랑에 빠져 있었다네. 연인은 작고 아름다운 춤추는 무희의 인형. 그녀를 위한 축제는 매일 밤 끝날 줄 모르네. 안녕, 나의 아가씨. 붉은 드레스로 온몸을 감싸고 오늘도 무대에 오르는구려. 마치 어둠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처럼 춤을 추렴. 관객은 둥글게 선 목각 인형들. 인형사의 손가락은 아름답게 흔들린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일렁이며 매끄러운 팔과 다리는 바람에 튀어 오르는 불티처럼 화려히. 붉은 빛 치마가 활짝 피었다간 지면 그림자는 환호하듯 흔들리네. 다가온 여명은 마법의 끝을 고하지. 안녕, 나의 아가씨. 인사와 함께 건넨 키스의 답변은 차가운 나뭇결의 감촉. 허나 인형사의 사랑은 결코 변치 않네. 한 번 더 달콤한 인사를 남기고 그는 촛불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