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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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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이프 쉬프터 라이프 - 1 당신은 갑작스럽게 동물이 되었습니다. 어떤 동물라도 관계 없습니다. 새일 수도 있고, 네발 짐승이나 물고기, 돌고래나 해파리도 가능합니다. 유전자적 발병때문인지 저주인지, 꿈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여하튼 당신은 동물로 변했고 그 동물이 되어 보낸 하루를 글로 적어주세요. 길어도 되고 짧아도 됩니다. 나는 변신자다. 쉐이프 쉬프터라고도 불린다. 신체변형자라는 이름도 있고 그냥 별종이나 괴물이라 부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가끔, 아주 가끔 편리하거나 멋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체질로 바뀌어 버린다면 자신의 그런 생각을 저주할 것이다. 이 변신 능력은 마음대로 컨트롤 하기 매우 어렵고, 주기적으로 달에 한번은 변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언제 변신..
시점변환 - 마지막 잎새 아래 소설을 읽고 시점을 바꾸어 표현해 주세요. 모든 내용을 표현하지 않고 한 장면만을 선택하셔도 됩니다. 워싱턴 광장 서쪽으로 난잡하게 뻗어 있는 여러 갈래의 골목길. 그리니치 빌리지에는 잡다한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화가지망생인 수와 잔시도 그리니치에서 살고 있지요. 비슷한 취미를 계기로 동거에 들어간 둘. 11월이 되자 폐렴이 마을을 휩씁니다. 잔시도 폐렴이 걸립니다. 의사는 잔시의 상태를 확인하고 가망성이 매우 적다는 말을 수에게 남깁니다. 이런 의사의 말에 수는 눈물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잔시에게 내색하지 않고 정성껏 간호를 하지요. 잔시는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세고 있습니다. 담쟁이넝쿨을 바라보며 남은 잎새를 살피는 잔시. 그리고는 마지막 잎새와 함께 자신도 죽게 되리라는 말을 하지..
단어연습 - 데면데면 두남두다 데면데면하다 1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감이 없이 예사로운 모양. 그는 누구를 만나도 데면데면 대한다. 2 성질이 꼼꼼하지 않아 행동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않은 모양. 그는 책장을 데면데면 넘긴다.일을 데면데면 하면 꼭 탈이 생기게 마련이다. 두남두다 1 잘못을 두둔하다. 「 …을」자식을 무작정 두남두다 보면 버릇이 나빠진다.「 …을」아무리 못나도 자기 남편이라고 두남두는 모양이로구나.2 애착을 가지고 돌보다. 「 …을」자기편을 두남두다. ------------------------------------------------------------------------------------------- 그는 매사에 데면데면하다. 요리를 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옷을 입거나 씻을 때도, 타인과 의사소..
3 그는 셔츠 앞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어 입에 물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멀어져 가자 여인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아름다운 녹색의 눈동자 속에 자리한 동공은 세로로 길다. 여인은 잠시 동안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훔쳐보며 코를 킁킁 거리다 독한 담배 냄새가 흘러들자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의 무릎에 고개를 파묻어버린다. 약간 거친 입술 사이로 가느다랗게 담배 연기가 흘러나와 바람결에 흩어졌다. “귀찮긴 하지만 어쩔 수 없군.” 소녀, 김나루는 아직도 건물 안으로 들어서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엇을 보는 것일까. 시선은 학교 어딘가로 뻗어 있었다. 다시 강한 바람이 불었다. 남색 체크무늬 치맛자락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금방이라도 바람결에 춤추는 벚꽃 잎 사이로 사라질 ..
2 ‘이번에 전학생이 올 예정이다.’ 며칠 전, 갑작스레 수업중인 운율은 불러낸 이사장이 던진 첫 마디이다. 그렇게 말하며 책상 위로 내밀어진 것은 전학생의 대한 신상명세가 적혀있는 파일.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그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내용을 대충 훑어보던 그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이름 : 김나루 성별 : 여 나이 : 만 16세. 신장 : 158cm 성적 : 양호 ‘생후 1개월 안쪽에 서울 강남의 어느 골목에 유기됨. 그 후 근처에 거주 중인 한 부부에 의하여 발견되었으며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 둘째로 입적됨. 차츰 성장하며 주위에서 상식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괴현상이 출몰. 처음에는 부부 역시 아이를 감싸고 이해하려 했으나 차츰 그 정도가 더해감에 따라 기피하기 시작.’ 그 뒤로는 괴현상과 관련된 ..
그 곳 그곳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러나 흔하지 않으며, 넓지도 좁지도 않고, 인적이 드물지 않으나 사람의 발길이 많지도 않는 작고 오래된 골목 귀퉁이 어딘가에 있었다. 그 나무문은 골목이 생길 때부터 자리하고 있었고, 이제는 마치 골목의 일부인 것처럼 흐릿한 인상을 풍겼다. 그러나 그 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에게 있어서 그 문은 특별한 것이었다. 머리, 혹은 가슴 속, 아니면 마음, 심장이라 불리는 것의 한쪽 구석에서 필요를 느끼면 언제든 방문 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원하는 만큼 머물다 내키는 때 떠날 수 있는 곳. 갈색의 낡은 나무문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만 큰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이 손끝으로 살짝만 밀어도 부드럽게 열린다. 안으로 들어서면 당신은 부드러운 커피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빛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