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사람들이 아바타와 비교하는 리뷰를 많이 적기에
흠 그래? 볼만은 한가보네? 라는 기분으로 티켓을 집어들었다.
내가 시간이 비는 오전 타임에는 안타깝게도 한글 더빙만 있었다.
자막 버전은 그 다음날도, 그그 다음날도 전부 오후에만.
안타깝게도 그 주는 전부 오후 근무였기 때문에
그냥 눈물을 머금고 오전의 더빙 버전을 봐야 했다.
미묘하게 타이밍이 어긋나는 대사나
어조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나중에 자막이 이미O 버전이란걸 알곤 에휴 그래 잘된거야 라고 생각했다.
조금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아슬아슬했디 때문에
티켓을 끊은 것은 영화 시작 5분전이었다.
그래서 군것질 거리도 사지 않고 그냥 상영관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ㄱ-;;
아무도 없는 텅빈 상영관에서
나혼자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은 뭐랄까, 상당히 독특했다.
이런 경험은 수년전 에어리언 vs 프레데터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그때는 중간에 필름이 끓어져 버리는 바람에 식겁했지만
드래곤 길들이기는 디지털이라서 그럴 염려는 없다는 것이 조금 안심되었다랄까.
영화의 시작은 평범하다면 평범 할수 있었다.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세계관을 설명하면서
관객들이 영화의 주요 설정과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이해 하도록 돕는다.
영화 관람객 연령이 넓은 만큼 설명도 친절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화면을 보면서
주인공이 얼마나 [바이킹 답지 않은지] 아주 분명하게 알게된다.
외소하고 마른, 방패나 도끼 하나 잘 들지 못하는,
하지만 도구를 만드는데는 자질도 능력도 있는 소년.
그것이 주인공 히컵의 모습이다.
어떤 의미에서 히컵은 요즘 아이들을 대표 한다고 할 수 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고 최선을 다하지만
아무리 노력 해도 나에게 그건 불가능하고 어려운 일일 뿐이다.
노력을 할수록 더욱 비참해지기만 할뿐.
하지만 그런 히컵에게도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바로 용을 길들이는 능력이.
히컵은 용을 잡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개발한 도구를 이용해 드래곤 중의 드래곤,
공포의 상징이자 밤의 분노인 나이트 퓨어리를 공격, 추락시킨다.
하지만 아무도 그 광경을 보지 못했고 그 뒤에 마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그를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친구들에게는 놀림만 받고 가장 인정 받고 싶은 사람인 아버지는 그를 돌아봐주지 않는다.
이제 히컵에게 남은 길은 하나뿐.
나이트 퓨어리를 죽여 그 시체를 아버지에게 바치는것. 그러면 분명히 모둔 사람들이 인정해 줄거야.
그런 마음으로 히컵은 자신의 사냥감을 찾아 숲을 배회하던 그는
밧줄에 칭칭 감겨 옴짝 달삭 못하는 나이트 퓨어리를 발견 한다.
하지만 히컵은 그 녀석을 죽이지 못한다.
극중에서 고백하듯이, 약하고 힘 없는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히컵은 녀석을 이해하고 녀석의 입장에서 생각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히컵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바이킹들이 드래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함께 공존 할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 진것이다.
아무리 강하고 용맹하더라도 그것 만으론 부족하다.
상대방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우선 그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눈을 감고 살그머니 내민 히컵의 손에
투슬리스=나이트 퓨어리는 부드럽게 얼굴을 부빈다.
약골에 방패하나 잘 못드는 히컵이 무시무시한 용 앞에서 눈을 감는 다는 것은
어찌보면 자살 행위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히컵은 투슬리스를 믿고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렇게 반복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이해를 강조하곤 한다.
어떻게 보면 몰개성한 스토리라고 할수도 있지만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떠나 살수 없는 인간에게
다른 존재에 대한 열린 마음은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까.
아래 이미지는 개인 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엇던 장면 중 하나이다.
어색하게 웃는 히컵을 따라해 보는 투슬리스.
어쩜 이리 깜찍한지.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다니는 최강의 드래곤이 이래도 되거냐.
영화를 보는내내 내 주의를 끌었던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이 드래곤들의 도저히 부정 할수 없는
[고양이]다운 습성이며 행동 페턴들이었다.
세로로 긴 공동같은것은 단순히 고양이과 동물에게만 잇는 특성은 아니기 때문에
포스터나 기타 트레일러 영상으로론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모든 것이 확고해졌다.
이녀석들은 용의 탈을 쓴 고양이가 분명했다!
먼저 1, 드래곤=고양이는 불길하고 사악한 존재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2, 처음 보는 드래곤=고양이와는 함부로 시선을 마주 하지 말것.
3, 드래곤=고양이는 목덜미가 약하다
4,드래곤=고양이는 특정 식물의 냄새를 맡으면 뒹굴기 시작한다
5, 드래곤=고양이는 레이져 포인트, 혹은 반사된 빛에 반응한다.
6, 드래곤=고양이는 적을 경계할때 등을 구부리고 하악질을 한다.
등등
나중에 영화를 본 다음 이것 저것 알아보니 이런 생각을 한건 나 혼자가 아니었나보다.
여기 저기 애묘인들의 즐거운 비명이 가득한 리뷰가 눈에 띄었다.
우리 나라의 고양이들에게도
투슬리스나 드래곤들 처럼 지독한 오해가 사라져 행복해지기를..!
히컵이 투슬리스를 길들이는(친해지는?) 장면에서
나는 어린왕자와 여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신비하고 매력 적인 생물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외로운 소년들의 모습!
두근두근 설레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어릴 적에는 잘 몰랐지만, 나중에 좀더 나이를 먹고 나서는
어린 왕자의 이 장면을 몇번이고 다시 읽어보곤 했다.
만약 영화의 화면을 돌려 볼 수 있었다면
나는 수십번은 더 돌려서 그 장면을 봤을 것이다.
"이리와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슬퍼..." 어린 왕자가 제안했다. "난 너하고 놀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여우가 말했다.
"아, 미안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한 끝에 그는 덧붙였다.
"길들인다는게 무슨 뜻이지?"
"넌 여기 애가 아니구나. 넌 무얼 찾니?" 여우가 말했다.
"난 사람들을 찾아. 길들인다는게 무슨 뜻이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여우가 말했다.
"총을 가지고 사냥을 해. 그래서 아주 거북해! 그들은 닭도 키우지. 그네들의 유일한 낙이야. 넌 닭을 찾니?"
"아니야. 난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게 무슨 뜻이자?"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너무 잊혀져 있는 일이야.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관계를 맺는다구?"
"그래." 여우가 말했다.
"넌 아직은 나에게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 역시 마찬가지 일거야.
난 너에게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여우는 입을 다물고 어린 왕자를 오랫동안 쳐다보더니
"부탁이야. 나를 길들여 줘!" 하고 말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내겐 시간이 많지 않아.
친구들을 찾아내야 하고 알아볼 일도 많아."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우린 우리가 길들이는 것만을 알 수 있는 거란다."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아무것도 알 시간이 없어 졌어.
그들은 가게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들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는 거지.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를 길들이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내게서 좀 멀어져서 이렇게 풀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꺼야. 넌 아무말도 하지 말아.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거야."
다음 날 어린 왕자는 다시 그리로 갔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게 더 좋을 거야." 여우가 말했다.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 할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아무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올바른 의식이 필요하거든."
"의식이 뭐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것도 너무 자주 잊혀지는 거야.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한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거지.
예를 들면 내가 아는 사냥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의 처녀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내게 있어 신나는 날이지!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추면 하루하루가 모두 똑같이 되어 버리잖아.
그럼 난 하루도 휴가가 없게 될거고..." 여우가 말했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출발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여우는 말했다.
"아아! 난 울것만 같아."
"그건 네 잘못이야. 나는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널 길들여 주길 네가 원했잖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그래." 여우가 말했다.
"그런데 넌 울려고 그러잖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래 정말 그래." 여우가 말했다.
"그러니 넌 이익 본 게 아무것도 없잖아!"
"이익 본 게 있지. 밀밭의 색깔 때문에 말야." 여우가 말했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장미꽃들을 다시 가서 봐. 너는 너의 장미꽃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란 걸 깨닫게 될거야.
그리고 내게 돌아와서 작별 인사를 해줘. 그러면 내가 네게 한가지 비밀을 선물할께."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보러 갔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조금도 닮지 안았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그들에게 그는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 역시 아무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예전의 내 여우와 같아. 그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똑같은 여우일 뿐이었어.
하지만 내가 그를 친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는 이제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우야."
그러자 장미꽃들은 굉장히 당황했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 있어."
그가 계속 말을 했다.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을테니까.
물론 나의 꽃은 지나가는 행인에겐 너희들과 똑같이 생긴 것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그 꽃 한 송이가 내게는 너희들 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유리 덮개로 보호해 준 것도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나비 때문에 두 세 마리 남겨둔 것 말고)도 그 꽃이기 때문이야.
불평을 하거나 자랑을 늘어 놓는 것도,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도 귀기울여 들어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건 내 장미꽃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는 여우에게 돌아갔다.
"잘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잘 가."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런 거야. 아주 간단해.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잘 기억하기 위해서 어린 왕자가 되뇌었다.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이란다."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이란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따라 말했다.
"사람들은 이런 진리를 잊어 버렸어. 하지만 넌 그것을 잊어선 안돼.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넌 네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어."
"나는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는 되뇌었다.
아, 그리고 블로그 이웃중 한분인 이채님의 리뷰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나도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지나치게 말도 안될정도로 행복한 결말은 위선적이지 않은가.
정의롭게 옳은 일을 위해 싸우면 어떤 일이 있어도 위험조차 피해간다는 식의 결말이아닌
옳은 일을 해도 다칠 수 있다는 현실을 알려주는 끝이라고 생각한다.
사족,
나중에 출근한 뒤 카페에서 드래곤 길들이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AR이 자기가 볼때는 조막만한 아이들이 와글와글 했는데
모두 화면을 처다보느라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고 한다.
용이란 정말 매력적이고 신비한 능력을 지닌 존재가 맞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