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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그밖에

그, 그리고 그녀


제시문

시한부에 대한 한편의 짤막한 엽편을 적어주세요.
역순행적 구성을 따라주세요.

*

링거 속의 액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고요했다. 모든게 지나치게 고용했다. 작은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 가지 소리 조자 없었다.
결국 나는 또 지난날 네가 만들어 내던 유쾌한 소음을 떠올리고야 만다.


마루 위를 걷는 맨발이 만드는 조용 조용한 울림. 너는 과자를 다 먹고나면 늘 아쉬워 투덜 거리며 봉투를구기곤 했다. 그때의 그던 바스락거리는 소리. 함께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길때 나던 종이가 스치는 소리, 그리고, 그리고, 남겨 두고 도망쳐야 했던 웃음 소리, 웃음 소리.


다시 격통이 밀려오고 네 얼굴은 점점 흐릿해진다.
팔다리가 뒤틀린다. 입술 사이에서는 인간의 것이라 생각 할 수 없는 끔찍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나는 다시 빌기 시작했다. 신이여 날 죽여줘요. 제발, 어서.
새 하얀 시트 위로 떨어지는 태양의 온기만 나를 위로 할뿐.

 

너는 지금 웃고 있을까?

 



 

 제시문


지금은 당신 옆에 없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십시오.

*
 

 

마루는 서늘해져 가는 날씨를 대변하듯 차갑게 식어있었다. 한기에 몸을 작게 떨며 나는 무릎을 감싸 않았다. 하지만 이미 얇은 셔츠 속의 팔도 추위에 얼어 있어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너는 이런 모습을 보면 '바보, 잠바나 입어.' 라고 말할게 뻔했다. 그러면 나는 입술을 내밀고 귀찮다며 툴툴 거리고, 너는 미간을 찌푸리며 옷장에서 톡톡한 겉 옷을 찾아서 던져줄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웃음이 튀어 올랐다. 그것이 흐느낌으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끅끅 거리며 억지로 울으며 삼키며 네 이름을 불렀다.

보고싶어, 보고싶어, 보고싶어. 어디로 사라진거니? 응?

마음속으로 무의미 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너를 부르고 또 부른다. 지난 한달간 그래 왔듯이 끊임 없이, 끊임 없이.

 

넌 내가 지금 울고 있는걸 알고 있을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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