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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그밖에

연습 - 조연의 실수로 화내는 주연


굵다란 주사바늘이 가느다란 다리에 박혀 들어간다. B는 듣기 괴로운 신음 소리를 냈다. 숨죽이고 그 모습을 보던 김 우희의 입에서 비명을 닮은 외침이 흘러나왔다.

"선배!"

그러나 그는 그런 그녀의 부름에 아랑곳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주사바늘은 들어가야 하는 위치에 들어가지 않았고, 그는 혀를 차며 바늘을 다시 뽑아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다른 위치에 꼽아넣었다. B의 입에서 다시 울음 소리가 흘러 나온다. 경악과 공포와 분노.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채 B는 그 폭력에 무력하게 휘둘린다.

그러나 이번에도 바늘은 잘못된 위치에 박혀들어갔다. 이미 수십차례 바늘이 꼽혀 들어갔던 다리는 이미 퉁퉁 부어 있었다.

"선배!"

다시 김우희가 부르자 이준호는 고개를 든다.

"왜?"

무감각한 그 목소리에 그녀는 얼굴을 붉힌다. 말끔하고 반듯한 얼굴에 조금의 죄책감도 자리 잡고 있지 않았다. 이사람은 내가 자신을 왜 불렀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는거야. 결국 잠시 뜸을 들이다 그녀는 차갑게 말한다.

"제가 할게요."

그는 처음 듣는 그녀의 날선 목소리에 놀라 순순히 주사기를 넘겼다. 김우희는 B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쉿, 조용. 금방 끝날거야."

버둥거리던 B의 움직임이 잠잠해진다. 대신 구슬픈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김우희는 다리를 잡고 조심스레 살폈다. 이번엔 주삿바늘이 제 위치를 찾아 들어갔다. 주사기 속의 투명한 액체속으로 붉은 색이 천천히 번지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천천히 피스톤을 누른다.

그녀의 손끝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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