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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사고


일은 언제나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 터지곤 한다.


오늘은 최악이라 부를만한 상태의 아이들이 내 수중에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각 반에서 돌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한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아예 한반이 통채로 돌출 행동을 한다.
그러다보니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선생님, 피나요."

 

당혹감 어린, 그러나 조급하지 않은 목소리에
나는 '아, 또 코피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느긋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이녀석은 코피가 뒤통수에서 흐르고 있는게 아닌가!
(그래, 정확히 말해 이것이 코피가 아님을 나는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

녀석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한줄기 붉은 실선이 흘러내려
목덜미를 타고 옷깃을 적시며 둥근 얼룩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누가 그랬어?"

 

내가 묻자 아이들이 일제히(즉, 완벽한 제 각각의 목소리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필요한 정보만을 요약한 결과
이 머리의 상처는 다른 아이의 장난에 의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 아이를 벌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급한건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다.

 

"일단 따라오세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나는 본부에 들어섰다.
그리고 생각 보다 자그마한 상처를 치료하며
오늘은 제발, 더이상 사건이 터지지않기를 빌었다.

 

(그러나, 그 기원이 무색하게 한 여자 아이가 다른 아이의 손을 호미로 찍는 사건이 발생하고야 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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