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은해구아래/그밖에

가위

바람이 불었다.



  그 순간, 올려다본 하늘은 푸르러, 한없이 높고 끊임없이 펼쳐진 깊고 깊은 심해와 같이 푸르러 나는 마치 작고 보잘 것 없는 벌레처럼 그 아래를 초라히 기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대기는 더 이상 대기로 존재 하지 않았고, 나는 거대한 하늘이란 어항 속에 감금 되어 표본통 속의 나비처럼 서서히 질식해 가고 있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앞섶을 쥐어뜯었으나 목을 조르는 답답함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고, 끊임없이 펼쳐진 그 공허한 심원은 마치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인 마냥, 무자비하고 무감각한 시선으로 그 아래 꿈틀 거리는 보잘 것 없는 생명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다.



  초월적인 힘에 압도되어 나는 그리 생각 했다.



  허나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대기에 짓눌려 나는 고작 한걸음도 땔 수 없었다. 공포에 사로잡혀 눈을 질끈 감고는 스스로에게 모든 것이 꿈이라고 속삭여본다. 그러나 작은 희망을 품고 다시 올려다본 하늘에는 여전히 그것이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다.



  심장이 멈춘다.




'깊은해구아래 > 그밖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신의 메시지  (0) 2008.12.16
난간  (6) 2008.10.01
단어연습 - 허름하다, 허술하다 : 손발이 오그라든다  (4) 2008.09.24
죠니 뎁  (0) 2008.09.12
단어연습 - 다리다, 달이다, 달리다  (0) 2008.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