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은해구아래/그밖에

단어연습 - 다리다, 달이다, 달리다





  달그락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작은 약방 안을 울린다. 젊은 의사는 무료한 표정으로 약이며 그릇들을 정리 하고 있었다. 시게는 이제 막 5시 2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가는 건가.’

 

  멍하니 손을 놀리고 있는데, 등 뒤편에서 무엇인가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았다. 하나, 둘, 셋을 세자 작은 그림자가 문쪽에 아른 거리더니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쌤요! 큰일 났심더!”

 

  눈물을 그렁그렁이며 뛰어 들어온 까까머리 꼬마에게 그는 인사를 던졌다.

 

  “어, 욱이 왔냐?”

  “쌤, 큰일 났심더! 옷을 다리다 즈그 누나가 디었 심더!”

  “뭐? 옻을 달이다 뎄다고? 옻을 어디다 쓰려고 달여? 옻닭하게?”

  “아닙니더! 그 옻이 아니라 옷, 이 입는 옷 말입니더!”

  “아아, 그런데 옷을 왜 달여? 국 끓여 먹게?”

  “아닙니더! 그게 아니라 다리미로 옷을 다리다 디었다고요!!”

  “아아, 그랬구나.”

 

  그렇게 대답하고 의사는 정리하던 것을 마저 마무리 지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꼬마는 그를 향해서 황망히 물었다

.

  “샘요, 지금 뭐하십니꺼?”

  “나?”

 

  의사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퇴근 준비.”

 

  시계는 막 5시 30분 4초를 가리키는 중이였다.



 

'깊은해구아래 > 그밖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신의 메시지  (0) 2008.12.16
난간  (6) 2008.10.01
단어연습 - 허름하다, 허술하다 : 손발이 오그라든다  (4) 2008.09.24
죠니 뎁  (0) 2008.09.12
가위  (0) 2008.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