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마치 아몬드 초콜릿처럼 생겼다. 하다못해 색깔마저도 초콜릿 같은 진한 고동색이다. 폭 1cm, 길이 2cm의 럭비공 모양의 이 알약은 젤라틴 같은 거죽으로 감싸여 있다.
이 거죽이 포장재에 달라붙어버리는 바람에 캡슐을 꺼낼 때 상당히 고생을 했었다. 찰싹, 아주 살갑게 달라붙어버리는 바람에 긁고 누르고 찌부러트려도 모양만 변하지 빠져나올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결국 손톱 끝으로 잡고 끄집어내기는 했지만, 이렇게 성가셔서 어디 사먹겠냐고.
그렇게 긁고 누르고 찌부러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꼬집힘까지 당했지만 거죽이 튼튼한지 다시 원래의 럭비공 모양으로 돌아간 알약을 들고 천천히 살펴봤다. 옆면에 가는 실선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같은 재질의 판을 두 장 겹쳐서 만든 캡슐인 듯.
코끝으로 가져가자 묘하게 달콤하면서도 신경에 거슬리는 냄새가 난다. 비닐 냄새 같기도 하고 약간 쌉싸름 하기도 하다. 표현하기 상당히 모호한 냄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이 캡슐을 들고 세로로 꾸욱 눌렀다. 단숨에 캡슐의 높이가 반 정도로 줄어들면서 옆구리가 삐질 터져버렸다. 녹인 밀크초콜릿 같은 뿌연 고동색의 걸쭉한 액체가 튀어나왔다. 내가 약을 너무 학대한 게 아닌가 하는 가벼운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왕 내용물이 튀어나온 거, 용기를 내서 맛도 보기로 했다.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혀끝에 문질렀다. 별다른 맛은 안 난다. 약간 껄끄러운 감촉만 있을 뿐. 그리고 이상한 향이 올라왔다. 위에서 적은 것처럼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오묘한 향이다.
더 깊이 생각하면 약을 버리고 싶어질 것 같아서 그냥 입에 털어 넣고 물과 함께 삼켜버렸다.
냄새가 올라온다. 우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