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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그밖에

THE SUN


 

오래간만에 호타에 들어갔다
2006년에 적었던 짤막한 글 하나가 떠올라 긁어왔다.
당시 골든 타로 스니치 때문에 뱀파이어를 뒤적이다
우연히 썬 카드가 눈에 들어와 매뉴얼을 보며 이미지 리딩을 해봤는데,
그 순간....
 머리속에서 한편의 소설(?)이 떠올랐다.-ㅂ-;;

 


  묵 빛의 머리카락 사이로 암울한 암청색의 눈이 들어난다. 그 눈은 바닥을 알 수 없는 늪처럼 보이는 동시에 서늘하게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어슴푸레한 안개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화염의 구와 같은 그것은 영원히 타오르는 불멸의 상징. 갈구하고 또 갈구 했지만 얻을 수 없는 애증의 대상. 그리고, 그리고……. 일순 그의 냉정한 눈가가 흔들렸다.

*

 흩날리는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얼굴. 부드럽게 미소 짓는 아름다운 황금의 눈동자. 그 아래의 작고 붉은 입술이 말한다.

  “그래, 우린 모두 어리석고 약해.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어. 하지만 아니? 우린 그래서 타인을 사랑 할 수 있는 거야. 혼자 설수 없으니까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고, 믿고, 신뢰하고, 희생하고…….”

  새하얀 손이 그의 앞으로 내밀어진다. 피부위로 희미하게 비치는 혈관 너머로 달콤한 향과 울림이 전해진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피를 향한 갈구보다 강한 무엇인가가 그의 가슴 속에서 싹을 틔웠다. 그것은 너무나 감미롭고 부드러워 도저히 거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는 가냘픈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있었다. 작은 입술위에 마치 꽃과 같은 미소가 걸린다. 

*

  그의 입이 열리며 하나의 단어를 말했다. 그것은 한때 그의 모든 것이었으며 또한 가장 갈구하던 것의 이름이었다.

  조용히 습기 어린 눈으로 붉은 태양을 바라보던 그는 등 뒤의 어둠을 일별조차 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 나간다. 조금도 망설임 없는 단호한 그의 뒷모습은 한없는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와 그의 혈족간의 천년도 넘게 이어질 아주 긴 싸움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이 아래는 메뉴얼 상에 있던 설명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