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주인공의 시점에서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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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른다.
“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이런 목소리 따위 영원히 사라져버린다면 좋을텐데.
“아아아아아아악!!”
병을 불러서 어머니를, 아버지를, 그리고 이 아름다운 마을을 망쳐버린 것은 바로 이 목소리니까.
“하아, 하아.”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젠 너무 늦었어.”
쇠를 긁는 듯 거칠고 탁한 목소리가 내 귀를 아프게 울다. 아무리 소리 질러도 목소리는 단지 탁하게 갈라질 뿐, 사라지지 않았다.
“…벌써 시간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천천히 동굴을 나섰다. 빛 아래 펼쳐진 나무, 바위 그 모든 것이 검붉은 녹이 슬어 있다. 이것이 내 죄의 증거.
마음을 다잡고 동굴을 나섰다. 그리고 한 남자와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하얀 머리카락. 그 아래 보이는 오른쪽 눈은 녹색. 왼쪽 눈은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등에는 나무로 만든 함을 매고 있다. 무표정하고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이 순간 나를 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도망치고 말았다.
마을을 향하여 달리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한 가지. 어쩌면 저 사람은 내 목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이 저주받은 목소리를. 그런 불길한 생각에 사로잡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눈이 내린 하얀 길. 겨울은 좋았다. 내 죄의 증거를 가려주니까. 비록 저 붉은 녹을 누구도 보지 못하지만.
“여기 있다. 이달 분. 어르신도 너무하시지. 아무리 친구의 딸이라도 이런 애한테 베풀 온정이 있으면 우리 품 삯이나 올려주시던지.”
악의 어린 말을 고의 적으로 던지며 노파는 양식을 내어주었다. 그렇다.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내가 이 병의 원인인 것을 알고 있다.
비록 나 스스로가 그것을 시인 하고 있지 않고, 그들의 눈에는 이 붉은 녹이 보이지 않지만. 이 병이 생겨난 것은 내가 태어난 후이고, 이 녹은 내가 말을 하고 노래를 하면, 웃고 떠들어 대면 더욱 번져나갔으니.
녹이 슨 사람들은 점차 딱딱하게 굳어 팔이며, 다리를 쓰기 어려워지고야 만다.
나는 노파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집으로 가자. 부모님은 이제 부모님은 이미 그 녹이 전신을 뒤덮어 운신을 하는 것조차 어렵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 목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서 가서 식사를 챙겨드려야 했다.
순간, 걸음을 때는데 발치로 후두둑하고 무엇인가가 떨어진다. 정신을 차리고 보자 곡물 주머니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숙여 떨어진 곡물을 주워 담았다.
“어쩌냐 구멍이 크게 났구나. 하지만 바꿔줄 것은 없다.”
등 뒤에서 매정한 말이 울리지만 나는 묵묵히 고개를 숙여 떨어진 곡물을 주워 담았다.
그때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시게.”
호의 어린 목소리. 이 마을에서 나에게 다정하게 말해 주는 사람은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오직 한사람뿐이다. 돌아서자 테츠씨가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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