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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그밖에

우리동네 - 화이트데이 대작전

 

포스터를 기초로 소설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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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식, 정말 죽여 버리고 싶어.”

 

  안경 너머의 선량해 보이기만 하던 눈빛이 순간 흉폭한 기움을 담고 빛났다. 허나 그것도 잠시, 산불처럼 걷잡을 수 없는 질투에 활활 타오르던 그는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하기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단정하게 자른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눈을 감는다. 이윽고 서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 그 검은 눈은 선량하고 침착한 빛을 되찾고 있었다.

 

  그래, 난폭한 모습은 나의 스타일이 아니다. 비록 이 내면에 담긴 진실이 그러하다 해도, 나는 어디까지나 섬세한 사람으로 그녀에게 보여야만 한다. 그것이 나의 승부수이니!

 

  그는 서서히 심호흡을 한 뒤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 했다. 보슬보슬한 털들 안쪽으로 반짝이는 작은 바늘이 빠르게 오가며 하나의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러 조각의 천을 이어 입체감 있는 얼굴을 만든 뒤, 동글동글한 귀가 자리를 잡는다. 몸은 통통하나 너무 크지 않게 만들어졌고, 이윽고 하얀색으로 손바닥, 발바닥을 표현한 원통형의 팔 다리를 꿰매어 붙인다.

 

  마지막으로 섬세하고 반짝거리는 작은 비즈로 사랑스러운 눈을 박아 넣으며 그는 힘주어 말했다.

 

  “밸런타인데이의 보답, 이 효이가 주는 선물이야 말로 그녀를 최고로 기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스치는 비릿한 미소.

 

  “후, 우후후후후후! 우하하하하하하!!”

 

  …아마도, 그의 본성을 숨기는 것은 좀 어려울 듯하다.

 

 

 

 


  검고 칙칙한 티셔츠를 걸친 그는 자신의 앞 머리카락이 눈을 거의 찌를 듯이 흘러내리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앞의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기합이라도 넣으려는 듯 그는 혼잣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조금, 더 부, 부드럽게. 너무 강하지 않게, 여기부터 저기까지. 그래, 경주. 너는 할수있어! 천천히이이!!”

 

  그러나 기합을 넣는다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을 넣어 버렸다. 그것도 잔뜩. 그리고 돌아온 결과는 비참함의 극치.

 

  -푸학!

 

  짤주머니거 터져나가면서 검고 점도 높은 액체가 요란하게 튀어 오른다. 그리고 면도도 하지 않아 거칠거칠한 얼굴과 거무튀튀한 옷자락위를 물들인다. 동시에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헌기증이 일 정도로 달달한 냄새. 

 

  “젠장, 나로 하여금 이렇게 까지 하게 만들다니! 내가, 내가 왜….”

 

  낮고 음험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그의 눈은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핏대가 올라 위험하게 번들거렸다.

 

  “내가 왜 관심도 없는 여자에게 이런 달달한 음식을 만들어 바쳐야 하는 거야!”

 

  있는 힘껏 고함을 지르자, 그에 호응이라도 하듯 동내 개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잠시간 아득하게 울려 퍼졌다.

 

  잠시 후, 그의 아수라장의 울부짖음이 서서히 멀어져 가고, 그의 입가에는 비릿한 웃음이 떠오른다.

 

  “좋아, 이 몸, 이래 뵈도 걸어온 싸움은 절대 피하지 않아.”

 

  그리고는 냄비 속으로 산더미 같은 양의 설탕을 쏟아 붓는다.

 

  “먼저 시작한건 네놈이야. 후회나 하지 말라고! 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핫!!”

 

  …뭘 만들려고?

 

 

 

 

 


  “…뭐, 둘 다 이런 상황.”

 

  입에 담배를 하나 물고 삐딱하니 서서 그는 맥 빠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그거 진심이야?”

 

  “뭐 말이야?”

 

  소녀는 전혀 모르겠다는 투로 새초롬히 되물어왔다. 커다랗고 까만 눈동자는 귀엽게 깜박 거리고 있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그녀를 향하여 말했다.

 

  “그 둘 중 마음에 드는 사람과 연인이 되어 주겠다고 했다며?”

 

  “흐응, 글쎄?”

 

  소녀는 방긋 웃으며 뒤돌아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봐, 이봐, 조금 진지하게 답해달라고.”

 

  남자가 기가 막혀 하며 성의 없는 대답을 질책하자 소녀는 잠시 멈춰서더니 다시 짤막하게 답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마음에 드는’ 경우에 한해서 라고.”

 

  그녀는 그가 굳어 있게 내버려 두고는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반짝이는 은색 포르쉐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하여 꽃처럼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즉, 둘 중 어느 쪽도 마음에 안들 수 있다는 의미.”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날렵해 보이는 하얀 정장을 걸친 남자는 그의 경악한 표정을 향하여 조소를 날렸다. 그리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포르쉐는 순식간에 멀어져 간다.

 

  재신은 그 뒷모습을 한참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저 여자, 정말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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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로 가자니 어쩐지 너무 상상하기 쉬운 듯 해서요^^;

얼마전에 본 오토멘에서 살짝 힌트를 얻어 적어봤습니다'ㅂ';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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