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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그밖에

장문단문(?) - 신이 되다


잠을 자고 일어나 눈을 떴더니 무언가가 다가와 <신이시여>하고 부릅니다.

자, 신이 된 기분을 장문단문 대충 섞어서(음?); 편안하게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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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밤, 나는 심하게 앓았다. 목에서 나는 열기에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르고 있는 것 같이. 세반고리관에 이상이 온 것인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천장이 빙글 빙글 돌았다. 구토감이 일었다.

  자기 연민에 가까운 슬픔과 모멸감, 고독이라는 이름의 허기짐에 잠겨 생각했다. 이렇게 죽어버리는 것이 좋을지 몰라. 물론 이정도로 죽을 리 없다는 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약을 먹는다거나 병원에 간다거나 하는 일은 내팽개쳤다. 대신 이불속에서 작게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았다. 깨어났을 때,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되어 있기를 기원하며.


  그리고 아침이 밝았을 때 모든 것이 바뀌어 있었다.

  [신이여….]

  좀 더 자고 싶었지만 그 쇳소리 나는 울림은 선명하게 머릿속에 파고들어 나를 꿈속에서 끄집어냈다. 반 각성 상태이지만 어렴풋이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면서 우는 버릇은 없었는데, 별짓을 다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여….]

  다시 한 번 그 울림이 전해져왔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생각 했다. 누가 TV따위를 켜놓은 거야. 시끄러워서 더 잘 수가 없잖아. 거기까지 생각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 집에는 TV같은 것을 사둔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한참동안 웅크리고 잤기 때문인지 몸 여기저기서 근육과 관절이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것이다. 

  [신이여….]

  그 울림이 또 한 번 통증에 찡그리고 있는 내 뇌리를 파고들었고 나는 있는 대로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이번에는 좀 더 작은 목소리로 울림이 말했다. 

  [신이여….]

  내 낡은 옷장 앞에 그것은 형체도 질량감도 없는 그저 빛과 그림자를 뭉뚱그려둔 것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분명히 비명을 질렀을지도 모른다(나는 겁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무서워하지 않는 척 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도무지 저것이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성가실 뿐이었다. 마치 밤중에 날아다니는 한 마리 파리와도 같이.

  소리도 기척도 없이 그러나 분명한 존재감을 가지고 떠있던 그것은 천천히, 어딘가 조심스러움과 경애가 담긴 듯 한 움직임으로 다가와 다시 말했다.

  [신이여, 우리를 긍휼히 살피소서]

  “신? 누구? 나말인가?”

  물음과 동시에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어제와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생각 하는 것도 이미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었다. 그걸 깨닳자 마자 머릿속에서 쾅쾅 울리던 두통이 사라졌다. 고양된 기분. 대신에 힘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과 의지가 느껴졌다. 마치 손과 발인 양 나의 뜻을 따른다.
 
  거추장스러운 인간의 허물을 뒤집어쓰고 있기에 아직은 제약이 많았지만, 그것을 버리는 것은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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