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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그밖에

시점변환 - 이계진입 : 미지와의 조우


 
  각양각생의 사람들이-아니 저들을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까라는 소박한 의문이 들지만 일단 접어두고-나를 향해서 손가락질을 하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계속 하고 있는 동안, 갑자기 손목의 단말기에서 신호가 울렸다.

 

-띠리리리리리 릴리리리리링 리리릴 릴리리리리리릴리

 

  그 밉살맞은 녀석의 취향대로 요상하기 그지없는 알람소리는 길고도 요란하게 울렸다. 갑자기 사위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의 얼굴이 파랗게 혹은 노랗게 심지어 보랏빛이나 주황색으로 변했다. 저건 무슨 의미일까. 본디 얼굴색도 각양각색이라 판단은 보류다.  일단 지금 나에게 있어 중요한건 이 단말기가 나에게 현 상황을 설명해 줄 유일한 출구라는 것뿐!

 

  외부에서의 접속 승인을 묻는 램프가 깜빡이고 있기에 나는 가볍게 ok해버렸다.

 

  자, 그래 이 허영심 많은 까마귀 같은 변태 레지던트야. 이제 네 변명을 늘어놓을 차례다!

 

  가상화면이 파앗 하고 떠오른다. 다시 주위의 사람들이 흠칫했다. 그리고 나도 흠칫했다.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생전 처음 보는 문자들이 빠르게 떠올랐다 사라지고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신종 장난인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정해 보이는 짤막한 한 글자가 떠올랐다가 두 번 깜박인 뒤 사라졌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진다. 몰려있던 사람들이 더욱 현란한 색으로 얼굴을 물들이며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데 라 븨카다!!!”

  “데 라 하 븨 카하!!!”

  “캬아아아악!”

 

  양떼처럼 흩어지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아주 무거운 물체가 내 머리위에서 있는 거 같다 랄까.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뒤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순백의 전함. 3개의 주포와 8개의 부포를 가지고 있는 눈이 부실정도로 새하얀 빛으로 온몸을 감싼 그것은 아주 천천히 하강하고 있었다.

 

  갑자기 불길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는 내 주변과 전함을 번갈아보며 살펴봤다.

 

  “설마, 여기 착륙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전함은 마치 물속에 천천히 가라앉는 종이배처럼 그 육중해 보이는 몸을 지면에 밀착시키려 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바로 그 밑에 있다는 것은 더 설명하라 필요도 없는 문제이고!

 

  “우아아앗! 거기 당신들, 나도 대리고가!!”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뛰어갔다.

 

  “와아아악!! 데 라 븨에라 카무에파!”

  “카무에파!!”

 

  도망치는 사람들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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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3주전 숙제입니다;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