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눈앞에 그 밉살맞은 녀석의 모습이 더 이상 존재 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녀석뿐만 아니라 매끄러운 감촉의 마룻바닥과 늘씬한 곡선을 자랑 하던 빨간색 쇼파와 그 빌어먹을 평면 TV, 벌레 먹은 벤자민, 심지어는 서늘하고 건조한 공기마저 사라졌다.
깔끄러운 감촉이 발가락을 자극 한다.
확하고 밀려들어오는 뜨거운 공기.
달그락 거리며 우마차가 달려간다.
나는 파자마 차림이라는 것조차 잊고 멍하니 사위를 둘러보았다.
낮이다.
머리 위에 태양이 떠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다.
습기를 머금은 뜨거운 바람.
갑자기 현기증이 인다.
나는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정신 차려!
이건 꿈이다!
너무 과로 했던 거야.
후후후.
다시 조심스럽게 눈을 떠본다.
그대로다.
“아아악!!"
스스로 듣기에도 추하기 그지없는 비명 소리가 입에서 절로 흘러나왔다. 그러나 나는 지금 도저히 진정 하는 것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으니 불가항력이라 할 수 밖에 없으리라. 눈을 감았다가 뜨고, 비비고, 문지르고 수도 없이 반복해도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 컨츄리한 풍경은 사라 지지 않았다. 아니 심지어는 더욱더 이상한 것들이, 그러니까 비 현실적인 현상들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저기 저 앞에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허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도검이라든가(총과 레이저빔이 난무하는 마당에 난데없이 왼 도검류), 박물관에 가서야 볼 수 있는 우마차라는 것이 흙먼지를 날리며 저 멀리 사라져 가고 있다든가(오우, 실물은 처음 봤다!), 저기에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머리가 인간의 형상이 아니라든가…. 아니, 저기 빨래 너는 아줌마는 심지어 귀가 15cm는 족이 더 길잖아! 그렇게 혼자만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는 주위의 공기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길을 걷던 행인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멈추며 나를 향하여 시선을 집중했다. 아니 나는 정말로 이런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거든요?
“아, 알로하, 굿이브닝, 아임파인 땡큐, 엔드유, 샬롬, 봉주르 마드모아젤?”
되는 대로 지껄인 각종나라의 인사말 리믹스 버전에 그들은 열렬한 반응을 보여줬다.
“끄아아아아아 데 라 븨하, 데 라 븨하 사엘로우 마드레이!”
“아악, 아아아아아악, 데 라 븨하타!”
뭐라고 하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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