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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그밖에

단어연습 - 붇다/붓다



 “레이디 엘. 당신은 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검시관이 막아섰지만 엘은 손에 쥐고 있던 부채로 그의 팔을 가볍게 밀쳤다.

 

 “저를 보호 받아야 하는 어린 소녀로 생각 하시면 곤란하답니다. 이것은 저의 권리이지 의무니까요.”

 

 그러나 검시관은 쉽사리 길을 내어 주지 않았다.

 

 “익사한 시체를 보신 적 있습니까? 게다가 이번 경우는 열흘이나 지난 뒤에야 겨우 건져낸 것입니다. 이미 생전의 모습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소 시신이 회손 되어 있을 겁니다.”

 

 그가 엄격해 보이는 시선을 쏟아 부었으나, 그녀는 의연하게 그를 마주보았다. 부드러운 갈색의 눈가에는 가볍게 웃음기마저 어려 있다. 차분하게 엷은 분홍빛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에 붇다 못해 조직이 허물어질 정도겠지요. 전신이 평소의 두 배 정도로 부풀어 이목구비는 알아보기조차 힘들 테고.”

 

 검시관은 눈가를 찌푸리며 엘을 바라보았으나 여전히 그녀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얼굴로 그의 시선을 흘려 넘길 뿐이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그분은 저에게 기름을 부어주신 분입니다. 제가 직접 볼 수 있게 해주세요.”

 

 결국 그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상황이 불만족스러웠는지 조금 부은 표정이었다. 허나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천천히 그의 옆을 지나 물가로 다가갔다. 망설임이 없는 차분한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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