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은해구아래/물고기의 노래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나는 텅 비어 있어요.
가슴 깊은 곳에서 빛나던
그 무언가가
이제는 잡히지 않네요.
그저 그 빈 자리의 허전함만 남아
끓임 없이 그것을 그리게 만드네요.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한땐 그 샘가에도 꽃이 피었죠.
달콤하고 시린 향을가진
흰색과 연분홍과 노랑의 물결.
하지만 이젠 기억뿐이죠.
그 부드러운 꽃잎의 촉감도
스쳐 지나가던 나비의 날개짓도
이젠 부질없는 추억이예요.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그렇게 말하면
모든 것이 돌아올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바위에 꽃을 그린다해도
그 그림이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거기선 결코 향이나지 않지요.
달콤하고 시린 떨림도 없이
돌은 그저 매마르고 차가울 뿐.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그저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안녕.
작별 인사는 내가 먼저 꺼낼게요.
그러니 그만 가야할 길을 가요.
매마르고 황폐한 이곳에선
더이상 어떤 꽃도 피어나지 못하니.
저기 손짓하네요.
물 소리가 들려요.
어서 가세요.

나는 텅 비어 있어요.
가슴 깊은 곳에서 빛나던
그 무언가가
이제는 잡히지 않네요.
그저 그 빈 자리의 허전함만 남아
끓임 없이 끊임 없이 그리네요.
달콤하고 시리던 그 날들을.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깊은해구아래 > 물고기의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이 걸어 내려오는 산에서  (4) 2011.10.28
환삼덩굴  (2) 2011.10.06
coffee  (3) 2011.06.24
터널  (4) 2011.06.04
시들어버리다  (2) 2011.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