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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물고기의 노래

가을이 걸어 내려오는 산에서


 
가을이 걸어 내려오는 산에서
메마른 낙엽이 내는
바스락 대는 소리가 들리나요.
낮고 따가운 햇볕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흘러가고
그러면 갈색 솔잎이 뺨 위로 떨어집니다.
 

검고 흰 바위 위,
담쟁이 넝쿨의 잎은 붉은빛.
하지만 겨울은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겨우살이의 열매는 지금도 노랗고.
건조한 공기에 시드는 이끼도 아직 푸르르며
숲의 향기는 투명한 초록빛이죠.
 

발끝에서 소리가 부숴 집니다.
내일이 오기 전에 사라질 작은 흔적이 생겨요.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본
파란 하늘 밑 세상은 조그마해
모든 것이 단순하고 아름답게만 보이죠.
 

보세요, 그 벼랑 끝자락에
마지막으로 피어오르는
들꽃의 흰 빛이 선명하네요.
내일이면 질 꽃이지만
아직은 오늘입니다.
 

가을이 걸어 내려오는 산에서
왜 그리 서성이나요,
아직 오지도 않은 겨울에 떨며.
오후의 긴 햇살사이로
흘러온 서늘한 바람결이
그대 들뜬 뺨을 식히곤 멀어지네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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