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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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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 - 8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소녀의 초상 2 - 그리고, '소년'은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소년은 책을 덮는다. 여린 입술을 타고 나오는 한숨.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티 없이 맑은 눈동자. 그에 어린 만월은 조용히 밤을 밝힌다. 덮여진 책의 표지에는 빛을 발하는 듯 하얀 소녀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샘의 그림과 하나의 짤막한 문구가 자리하고 있다. 소년은 조심스럽게 두 개의 단어를 소리를 내어 읽어본다. 샘의 소녀. 여린 뺨을 붉게 상기시키고 소년은 책을 품에 끌어 않는다. 마치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곰 인형을 끓어 안듯 다정히. 이윽고 들어 올린 얼굴에 떠오른 것은 동화를 향한 동경. 옷장에서 낡은 망토를 꺼내어 긴 수도복 자락위에 걸친 뒤, 소년은 낡은 나무문을 연다. 스산한 바람에 횃불이 일렁이며 자아내는 그림자 사이로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달그락거리는 나막신을 벗어들고. 한 발, 또 ..
소녀의 초상 1- 옛날에 어느 깊은 숲속에 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나뭇잎으로 지은 옷을 입고 맨발로 숲을 뛰놀았답니다. 소녀에겐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그 아버지에게 많이, 아주 많이 사랑받고 있었답니다. 그러한 날들은 영원히 계속 될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보름달이 뜬 깊은 밤에 집을 빠져 나와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을 만났습니다. 그는 천공의 문을 지나 숲으로 오고 싶어 했지만, 발을 디딜 곳이 없어 감히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답니다. 소녀가 말했습니다. [내가 디딤돌이 되어줄게요.] 그리하여 신은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었답니다. 소녀의 친절이 고마웠던 그는 소녀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소녀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지요. [이 숲에서 영원히 ..
인생, 글, 목표, 행복, 초끈 이론 인생 - 인간이라는 생물이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인생이야 말로 가장 거대한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 물론, 수많은 생물들 중, 자신이 살아온 생을 돌아 볼 수 있다고 확인 된 것은 인간뿐이지만. 글 - 문자의 의미 있는 나열. 인간의 생각은 본디 형태가 없어 유한하나, 글로 적어지면서 영속성을 부여 받는다. 덕분에 우리는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는데, 그들의 생각이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점도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언젠가 수 천 년 쯤 후에, 누군가가 이 글을 발견 한다면 뭐라고 생각 할 것인가 살짝 궁금하기도. 목표 -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잡은 구체적인 표적. 마치 여행을 할 때, 별과 태양을 보며 길을 헤아리듯, 우리의..
Memento mori - 7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기억, 추억, 죄책감, 후회, 사진 기억 - 과거의 흔적. 이미 지나간 뒷날들을 돌아봄으로써, 우리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스쳐 지나간 모든 풍경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하나, 그것을 의식세계로 끌어낼 때는 개인의 주관의 영향으로 실제 경험과는 다른 형상으로 되 살아 나기도 한다. 추억 - 퇴적물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지저로 돌아간다. 견딜 수 없는 강한 압력과 열을 받아 이윽고 그 중 소수는 빛나는 돌멩이로. 추억이란, 바로 그런 보석과 같은 것이다. 죄책감 -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 할 때,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감정. 큰 죄를 범하면 범할수록 우리는 더 큰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허나 그 죄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혹자는 붉은 신호등에 길을 건넌 것을 부끄러워하며 참회를 하..
리히텐 스타인의 그림 잘 벼린 칼날에 빛이 반사되어 희게 빛났다. 손가락을 가져가면 금방이라도 베일 것 같다고 생각하자 더욱더 손을 뻗는 것이 두려워졌다. 자신도 모르게 입술에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두려워할 여유가 없기에, 그녀는 자신을 채근하여 떨리는 손을 억지로 내밀어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형광등의 흰 빛이 칼날에 반사되어 눈앞을 어지럽힌다. 제단에는 마치 우유 같은 흰 빛의 피부를 가진 희생양이 조용히 눕혀 있었다. 갈색과 녹색의 흙투성이 옷들은 이미 발밑에 뜯겨져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고 흰 피부는 정갈한 물로 닦이어 투명한 물방울이 어려 있었다. 평온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위로 조용히 숨결조차 멈춘 채 칼날을 가져다 댄다. 우아한 하늘빛 눈동자가 흔들린 듯 보인 것은 그저 칼날에 어린 빛..
Memento mori - 6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