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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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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잔에 물을 담았다. 수면이 흔들거리며 하얀 형광등 빛을 반사하다 천천히 멈춘다. 컵 안쪽에는 작은 공기방울 몇이 매달려 있다. 살짝 들어 냄새를 맡아 보려 했지만, 감기 때문에 섬세한 표현이 어렵다. 그냥 촉촉이 젖은 냄새가 난다. 목이 탔기 때문에 잔을 들고 물을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입 안이 메말라 있어 단맛이 난다. 지하수이기 때문에 조금 거친 감이 혀끝에 느껴진다. 하지만, 서늘한 물은 열에 들뜬 입안을 식혀준다. 한결 편해졌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10 종이 울리기 무섭게 복도는 재잘거리는 아이들로 가득 찼다. 운율은 어수선한 공기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가로질렀다. 이사장실은 두 층 위, 본관의 제일 으슥하고 구석진 자리에 있었다. 대부분의 교직원들은 가기 꺼려하는 곳이다. 그의 아지트는 몇몇 수상해 보이는 물건들과 일부 악취미적인 책들, 그리고 서류더미로 들어차 있다. 진검인지 모형인지 모를 벽에 장식된 낡은 칼은 둘째치더라도 기묘한 모양의 탈에서 억지로 시선을 돌려 책꽃이에 관심을 쏟던 방문객은 알 수 없는 검붉은 얼룩진 가죽 책들을 발견하곤 도망치듯 그 방을 빠져나가곤 했다. 그런 그의 사무실에서도 그나마 소박하고 편안한 -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정상적이라 할 수있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이사장실의 문에 걸려있는 open/close 문패였다..
바라보다 조심해,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널 잡아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 끝 없이 이어지는 계곡 사이엔 바람만이 가늘고 긴 소리를 울리네. 검고 깊은 허공은 예리한 이빨을 번뜩이며 무엇이든 집어 삼키려 하네. 그 앞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아. 뒤돌아 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고 너 역시 돌아 보지 않을 테니. 등 뒤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 역시 밀쳐내는 것으로만 이해 될테지. 난 그저 여기에서 네가 스러지는 것을 바라볼 뿐.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일탈, 여가, 해외여행, 이국, 문물 - 일탈 - 마라톤 도중 스쿠터를 타고 추월하기.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고 풍선 껌을 부는 소년. 겨루기 도중 날아온 드롭킥. 도루 하다 구장 밖 까지 달려 나가 버리기. 참기 힘든 충동. - 여가 - 절실히 필요하다. 나에게 휴가를 달라. - 해외여행 - 이번 휴가에도 떠날 예정. 기다려라 지팡그! - 이국 - 메모리카드 압박의 원인. 지난 여름(?)휴가 사진은 아직도 업데이트 중이다. - 문물 - 내가 신는 신발 아침에 먹는 밥 한끼 어제 저녁 읽다 만 책과 조금전 마시던 한잔의 커피 지겨울 때까지 반복해서 듣는 노래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만 영화 그 모든 것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두통, 복통, 치통, 생리통, 진통 두통 - 욱신욱신 복통 - 아이구 배야 치통 - 치과는 싫어, 양치를잘하자. 생리통 - 내출혈중. 진통 - 진통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경험이 있다. 아마 내가 중학교를 다닐 무렵일 것이다. 우리 집에는 방울이라는 강아지를 키웠었는데, 이 녀석이 새끼를 배었다. 아마 그때는 늦여름, 혹은 가을무렵이었을 것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데, 이녀석이 멀찍암치 서서 낑낑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다가가니 엉덩이 쪽에 양막이 튀어나와있는 것이 보였다. 화들짝 놀라 개집을 보니까 이미 새끼가 한마리 태어나 있었다. 녀석은 그때가 초산이었는데, 아프고 고통스럽다기 보다는 매우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방울이를 살살 쓰다듬어 주고었고, 녀석은 그제야 조금 안정을 되찾았는지 다시 집안으로 ..
금, 신용카드, 상평통보, 백지수표, 기념주화 - 금 - 가치, 그 자체. 오랜 새월 동안 사람들은 이것으로 몸을 치장하며 물건을 사고 팔았으며 이것을 소유하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꾀하였다. 그것은 현재에 이르러서도 변치 않는다. - 신용카드 - 이것을 이용해 우리는 실물이 아닌 0과 1의 나열을 이용해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존'이 아닌 '가치'와 '개념'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만큼 '소비'했는지 잊기 쉽다. 추상적인 거래 도구. - 상평통보 - 오래된 가치의 기준. 한때 이것은 옥빛 저고리, 한섬의 쌀, 자개로 장식된 비녀를 사는데 사용됬었다. 지금은 무엇도 살수 없지만 흘러온 시간 그 자체가 그것에 가치를 부여해 여전히 그것은 귀히 여겨진다. - 백지수표 - 실존하지만 실제 그것을 사용하는 이는 거의 없는 것. 때문에 백..
전지적작가시점 - 돈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 - Y와 j의 사정 "어머, j야!" Y는 카운터에 서 있는 j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놀란 목소리로 말을 걸고는 아차 싶었다. j가 며칠 전에 아르바이트 권유를 거절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j가 했던 말이 뭐였는가. '공부와 학원 때문에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죄송해요.' 그러던 j가 바로 여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거짓말이 들통난 j는 곤란해 보이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Y가 가끔 이 카페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정말로 이곳에서 마주칠 거라곤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Y는 어른스럽게 처신하기로 마음먹었다. "에휴, 우리 j, 또 땜빵해주는거야? 착하기도 하지." j는 그런 Y의 말에 조금 안심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 때문에 죄책감 서린 미소를 지으며 작게 대답했다. "…네...
볼펜, 연필, 색연필, 만년필, 분필 Excretion 볼펜 - 매끄럽게 굴러라 연필 - 쓸 때는 사각사각 깎을 때도 사각사각 색연필 - 끈적함. 종이 위에 문지를 때 촉감이 묘하게 중독성 있다. 만년필 - 영원히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물건. 사용한 기억이라기보다는 부순 기억만 가득하다. 분필 - 필기도구라기보다 조각용으로 더 많이 사용했다. 칼로 긁을 때의 뽀드득하는 촉감이 좋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