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해구아래 (238) 썸네일형 리스트형 단어연습 - 바라고 바래다 빛바랜 낙엽을 주워든다. 앙상한 잎맥을 따라 본래의 색을 완전히 잃은 잎은 거의 흰색에 가까웠다.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 이처럼 천천히 빛을 잃고 공기 속으로 흩날려 버린다. 너를 마지막으로 바래다주었던 그 가을날, 천천히 붉은빛 낙엽 사이로 멀어져 가는 너 뒷모습을 바라다보며 그 순간의 모든 것을 기억하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맹세했지. 모든 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허나 그러한 바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마모되어 이제 대부분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봄에는 나비를,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엔 영롱한 새의 노래를 들으며 너에 대한 기억을 반복해서 되새겼다. 나비의 날갯짓을 닮은 너의 걸음걸이, 해바라기와 같던 크고 화려한 미소, 명랑한 새와 같이 쉴새 없이 울리던 목소리. .. 다이어리 예전에 종이에 관한 사생문이 나와서 다이어리 표지를 묘사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 그 다이어리는 이년전에 구입했던 것이고 상당히 꼼곰하게 적고 있었다. 지금 쓰고 있는 다이어리는 작년 6월에 구입한 것으로, 6~8월 중순 까지는 상당히 열심히 적었지만 그 뒤로는 듬성듬성 하얀 백지가 더 눈에 많이 들어온다. 이 다이어리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쉼표하나 라는 글이 적혀 있다.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편안해 보이는 엷은 녹색과 편안해 보이는 안락의자 위에 높인 작은 집, 그리고 쉼표 하나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 집어들었던 것 같다. 다이어리의 재질은 최근 나오는 대부분의 만년 다이어리가 그렇듯 종이로 만들어져 있다. 첫장을 넘기자 '기억보조장치'라는 여섯 글자가 보인다. 이건 건망증이 심한 내가 .. 낡고 작은 문이 있네. 으슥진 수풀 아래 낡고 작은 문이 있네. 낡고 작아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그런 문이 있네. 똑똑, 두번의 노크만 있으면 쉬 열 수 있지만 문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네. 결국, 문 안의 그는 홀로 살다 홀로 죽었다네. 이것은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라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사각사각 타닥타닥의 즉흥시 : 잔, 젓가락, 술자리, 창살 어제 모임을 가지면서 식도락 모임, 혹은 만화수다 떨기 모임이 아니라는 증거를 대기 위해! (실은 그냥 재미있자고 한거지만) 모임에서 조촐하게 이루어진 즉흥식 놀이. (이사님의 건의였다) 돌아가면서 한가지씩 주제를 제시하고 이름 그대로 즉흥적으로 시를 써봤는데 모두 멋진 시들을 만들어 주셨다^^ 여기에는 내가 적었던 것만을 올려본다. - 잔 - 희고 둥글고 매끄럽게 흐른다. - 젓가락 - 하나와 하나 곤과 건이 삶을 움직인다. - 술자리 - 1. 찰랑이는 술잔따라 세상도 술렁이네. 2. 술잔이 넘칠때 자리에 서면 하늘이 돌고 안과 밖이 뒤섞이리. - 창살 - 갇혀 있다고 믿고 있을지 모르나 사실 그대는 밖에 있는 것이다. 그 너머에 집착하지 말고 뒤를 돌아보라. 또다른 풍경이 기다리고있다. 간만에 문예 .. 빌리 11세의 겨울 특별한 반지 때문에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단문 2개, 장문 5개. "산드라!" 마침내 빌리는 결심한 듯 굳은 표정으로 소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 눈동자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강한 결의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소년은 한참을 만지작거려 따뜻하게 데워진 작고, 둥글고, 반짝이는 은빛의 반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에서 그랬듯 한쪽 무릎을 꿇고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와 결투해줘!" …인생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고야 만, 빌리 11세의 겨울이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땅, 불, 바람, 물, 마음 - 땅 - 삶을 지탱하는 것. 공기와 물의 소중함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지만, 땅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위, 혹은 옆만이 아니라 발아래에도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 불 - 가장 현란한 화학반응 중 하나. 이것이 없었다면 문제 치즈나 노릿노릿 구운 삼겹살 대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씹고 있었을 것이다. So cool! - 바람 - 공기의 대류현상. 뺨을 간질이는 미미한 온기는 우스울지 모르지만, 태풍도 눈보라도 모두 바람이 만든다. - 물 - 흐르고 흔들리는 것. - 마음 - 전기적 신호. 그러나 그 이상의 무엇.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로체스터씨의 자살극 세상은 우울하다. 빛도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도 명랑한 새소리도 다 자른 이들을 위한 것이다. 나를 위해 남겨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이제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하기로 했다. 필요한 것은 이탈리아산 시가 하나와 위스키 한 병. 나는 시가에 불을 붙여 바닥에 흐트러트린 종이 뭉치 위로 던졌다. 아마 이 과정은 고통스럽고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스키가 나를 도와줄 것이다. 나는 알콜에 취해 침대 위로 무너져 내렸다. 곧 독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의식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지만 다가오는 열기는 희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연기 때문에 목이 따끔거린다. 그때, 내 방문이 벌컥 열리며 그 여자가 들어왔다.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그녀는 거칠게 내 몸을 흔들며 고함쳤다. 이 여자야, 날 죽.. 가스렌지의 불꽃왕관 불(火). 라이타불, 성냥불, 촛불 등.. 단, 불조심 유의하세요^^ 물론 맛은 안 보셔도 됩니다.. ;; 찻물을 올리기 위해 가스렌지로 다가가다 아직 나는 사생문을 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래서 가스렌지 불꽃을 관찰하기로 했다. 주전자에 물을 적당히 받고 렌지에 올린 뒤 번업! 탁, 탁탁탁탁 하는 소리가 나면서 붉은빛이 확 튀어 오른다. 완전연소가 되지 않아 희미한 가스 냄새가 퍼졌지만, 곧 사라지고 불꽃의 색도 푸른 빛으로 변했다. 주전자나 주전자를 지지하고 있는 네개의 철판을 날름날름 핥을 때만 간간이 다시 붉은색이 비칠 뿐이다. 일상적으로 따뜻한 불꽃이란 단어에 노란 색이나 붉은 색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 파랑색 불꽃이 더 높은 온도로 타오르고 있다. 거의 밖의 온도와 차이가 없는 ..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