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궤적 (756) 썸네일형 리스트형 MJ 오래간만에 MJ를 만났다. 거의 2년 만인가... 그동안 서로 바쁜 핑계 대느라 연락 조차 거의 하지 못했는데 얼마전에 네이트온에서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년 까지는 메신져를 거의 쓰지 않아서 네이트온에 친구로 등록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애가 로그인 했을때 조금 놀랍기도 했고 동시에 반갑기도 했다. 뭐하고 사냐고 묻자 인도에 있다고 해서 난 다시 한번 놀랐다. 그리고 한달쯤 뒤에 다시 네이트 온에서 MJ를 만났는데, 이녀석 귀국했다고, 지금 경주라고 하더라. 언제 한번 보자고 내가 말하니까 얼마 안있으면 서울에 올라간다고 해서 11월 12일 수요일에 만나기로 급히 약속을 잡았다. 이대역 2번 출구 오전 열한시. 약속시간 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그애는 내 기억에 있던 얼굴보다 좀더 신.. 답답하다 나 뭐하고 있는 거니. 뭘 기다리고 있는 거야. 뭘 생각 하는거야. 세상의 모든 불행이란 불행은 다 뒤집어 쓴것같은 얼굴로. 마치 혼자만 슬프고 혼자만 아픈것 처럼 이렇게 웅크리고 있는 것 만큼 한심한 짓은 없는데. 정신 차려. 어스름 질무렵 우리 집은 번화가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고 마을 버스조차 없는 시골이기 때문에 차나,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없으면 순전히 도보에 의지해서 장을 보러 나가야 한다. 발로 걸어가자면 40분에서 45분 정도 걸리는 거리.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곧잘 걸어다니던 길이라 나에게 이 길을 걷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논 사이로 길게 늘어선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나는 가고자 하던 도착지에 서있곤 한다. 장을 보고 돌아올 때쯤에는 이미 해가 천천히 저물어 가고 있었다. 밝은 오렌지빛 태양이 서쪽 하늘에서 가라앉아간다. 검푸른 동쪽 하늘에는 하얀 달이 떠오른다. 이때쯤의 들판과 하늘은 매우 아름답다. 평소와는 달리 검붉은 기가 어려 농도짗은 색을 띈다. 천천히 어둠이 스며들듯, 빛은 밀도를 더해간다... 넬 야옹 야옹 야옹 야옹 내 부름에 답하는 너를 끌어 안고 등을 쓰다듬어 주면 앞발에 발톱을 세워 내 어깨를 꾹꾹 누른다. 웃음을 불러 일으키는 가벼운 통증. 부드러운 목덜미에 귀를 가져다대면. 그르렁 그르렁 부드러운 울림이 뺨을 타고 전해져온다. 예전에는 "예전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어제 새벽, 잠들기 전에 나눈 이야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마음 밖에 없다고 생각해. 이제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넌 더이상 글에 그것을 담지 않게된게 아닐까. 마음을 보여줬다 상처 입는게 두려워서. 삼청로를 걷다 작은 겔러리에서 토끼를 찾는 소녀를 만났다. 작은 보금자리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 믿은, 그러나 자기 길을 찾아 떠난 사람들을 하염 없이 기다리기만 하던 그런 여자 아이가 있었다. 반복 되는 일상 반복 되는 고독 단호한 거절의 표시 넌 나와 다르잖아 넌 우리가 아니잖아 그래서 살그머니 문을 걸어 잠그고 하지만 차마 모두 닫아 버리지는 못해 좁은 창문으로 손은 흔들던 소녀가 있었다. 그러던 어.. 재 다 타버려서 하얀 재가된 기분이야. 바람이 불면 형대가 헝클어져 날려가버릴 가볍고 약한 그런 잔재 말이야. 내가 가치 있다고 믿고 있던것, 진실이라고 여기던 형상들이 모두 착각에 불과했고 의도적으로 꾸며져온 모습을 본것에 불과하다면 그것을 믿고 있던 내 마음은 어디로 보내야 할까. 그럴때면 흔들리고 나약하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가 싫다. 땅위를 기어다니는 벌레가 된 기분이다. 살짝 건드려도 형체가 흐트러질 듯이 약한 생명체. 종각 엔젤리너스에서 일전에 왔을때 봤던 노신사분이 오늘도 있었다. 역시나 흡연실 바로옆 빛이 잘드는 자리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며 거기에 집중해 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3층까지 사람들이 제법 올라오면 가방과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브런치 세트를 시켜서 먹었는데 아몬드 크로아상은 속에 달콤한 잼이 들어있고 바삭바삭 고소했다. 아메리카노는 그다지 쓰지 않아 좋았다. 이곳은 매우 조용하기 때문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잘 들린다. 부드럽고 가볍고 달콤한 목소리. 느린 째즈 풍의 선율. 길게 늘였다가 다시 잡아 당기는 듯한 리듬감. 타원형의 괴도를 가진 명왕성처럼 멀어졌다 다시 가까워 진다. 길가다가 돈을 주울 확율은 얼마나 될까? 그것이 100원 200원이 아니라 30만원 60만원 단위일 확율은 얼마정도 돼는 걸까? 솔찍히 말해 부럽다!! 이전 1 ··· 82 83 84 85 86 87 88 ··· 95 다음